‘황금 돼지’의 해가 밝았다. 지난해보다 풍요로운 한해를 꿈꿔보지만 들려오는 경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재테크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 전망은 온통 ‘먹구름’이다. 지난해 세계 경제를 들썩였던 미·중 무역전쟁, 선진국의 기준금리 인상, 국제유가 폭락 등 악재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냉철한 분석과 대비를 강조한다. 특히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투자자금을 한 자산에 몰아넣는 ‘집중’보다 혼란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분산’을 실천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주식과 부동산은 물론 채권, 환율 흐름을 파악한 뒤 자신의 투자 원칙에 맞는 ‘안전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증시를 바라보는 금융투자업계 표정은 밝지 않다. 지난해 초 2600선까지 치솟았던 코스피지수는 ‘-17.3%’라는 초라한 성적표로 마감했다.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도 연초 대비 19%가량 떨어졌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1850∼2500선으로 제시했다. 국내 증시가 다시 박스권에 갇히면서 정기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주목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증시 상장사들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화되는 점은 불안요소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200종목 기업의 영업이익은 205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198조원)보다 3.5% 증가한 수치다. 성장세를 잇는 건 고무적이지만 영업이익 증가율은 2014년 이후 최저다.
다만 부진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와 해외 증시 모두 급락 이후에 강한 반등세를 나타낸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1980년 이후 코스피지수의 분기 하락률이 컸던 20개 시점을 분석했더니, 급락이 발생한 뒤 1년 이후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확률이 60%였다는 것이다. 홍 팀장은 “투자 기간이 3년, 5년으로 길어질수록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확률은 각각 85%, 95%로 늘어났다”며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증시 투자 키워드로는 ‘4차 산업혁명’ ‘사회간접자본(SOC)’이 꼽힌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빅데이터의 통행로 역할을 하는 광케이블 제조업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폭락장에서도 꾸준히 올랐던 통신주도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SOC 투자를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펼친다는 기대감도 높다. 건설주는 지난해 4분기 외국인 투자자의 집중 러브콜을 받았다.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공공인프라 확대가 들어 있고 3기 신도시 개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착공, 남북 경제협력 현실화 등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저평가됐던 건설주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증시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채권 투자로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도 필수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주식 비중을 25%, 채권 비중을 75% 안팎으로 가져갈 때 전체 포트폴리오의 손실 위험이 가장 낮다고 말한다. 다소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면 주식 비중을 50%까지 올릴 수 있다. 국내를 포함해 미국 등 선진국 국채에 분산 투자하면 증시 하락에 따른 손실을 줄이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대출 규제’ ‘공급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부동산 시장 전문가 11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준 정책 1위로 대출 규제 강화(39.3%)가 꼽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각종 세금 강화도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화를 가져왔다.
대출 규제에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 올해 분양계획 물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건설·시행사 등 분양시장 전문가 31명 가운데 절반 이상(52.5%)은 “올해 분양계획이 지난해 대비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과 수도권 분양 아파트, 재건축 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는 꾸준하게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무주택자라면 38만여 가구에 이르는 분양 물량을 노려볼만 하다. 성수기인 봄과 가을에 서울 개포주공4단지, 청량리역롯데캐슬, 둔촌주공아파트 등의 대규모 분양이 이뤄질 예정이다. 수도권에서도 오는 4일 청약 마감하는 위례 포레자이를 시작으로 힐스테이트 북위례 등 경기 위례신도시 잔여 단지와 과천, 광명 등에서 주택 공급이 쏟아진다. 무주택자는 새로운 청약제도 시행으로 당첨 확률이 높아졌다. 시세보다 싼 값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기회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신혼부부라면 ‘신혼희망타운’을 주목하는 것도 좋다. 올해 첫 분양인 평택 고덕신도시 신혼희망타운은 오는 15일부터 이틀간 청약 접수가 시작된다. 신혼희망타운은 결혼한 지 7년이 넘지 않은 부부나 예비 신혼부부, 만 6세 자녀가 있는 한 부모 가족이 청약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 기준으로 소득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30%(월 650만원), 외벌이는 120%(600만원) 이하이고 순자산은 2억5060만원 미만이어야 한다. 정부는 향후 5년간 경기 화성·고양·파주 등과 서울 수서역세권 등에 15만호 규모의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올해 주택시장은 ‘눈치 보기’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상업용 부동산에도 찬바람이 예상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수도권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서울 4.65%, 경기 5.16% 등으로 2010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경기, 인천 지역은 오피스텔 입주물량이 늘며 매매가격 하락 가능성도 거론된다. 소규모 빌딩의 경우도 자영업 경기 침체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공실률 증가, 임대수익 감소 등 투자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꺼지지 않은 세계경제 악재… 주식·부동산 시장 온통 ‘먹구름’
입력 2019-01-0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