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다자협상’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이 다자협상 주체로 ‘정전협정 당사자들’을 거론한 건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 중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련계(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 추진해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과거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한 적은 있지만 이를 위한 다자협상을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중국을 평화협정 체결 당사자로 인정함으로써 향후 2+2(한·미 대 북·중) 협상 구도 추진을 시사한 것”이라며 “남북이 주도해 미·중을 평화체제 협상으로 견인하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또 “신중국 수립 70주년(10월 1일)과 북·중 외교관계 수립 70주년(10월 6일)을 앞두고 양국 관계 강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초기단계 비핵화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을 요구했었다.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로 가는 과도기에 체제안전을 보장할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남북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한 4·27 판문점선언에는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 추진이 담겨 있다. 그러나 미국은 정치적 선언일지라도 일단 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종전선언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후 타깃을 제재 완화로 옮겼다.
그랬던 북한이 신년사에서 다시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다자협상을 꺼낸 건 북·중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을 우군 삼아 미국과의 핵 담판에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라는 북한식 프로세스를 관철하겠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에만 중국을 세 번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우호 관계를 과시했다. 올해엔 시 주석의 방북 가능성이 있다.
북·중 간 전략적 협력 강화는 미국 입장에선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전격 취소하면서 ‘중국 배후론’을 제기한 바 있다. 북한의 강경한 태도 뒤에 중국이 있다는 의구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김정은, 평화체제 위한 ‘다자 협상’ 첫 제안, 중국 참여 공식화
입력 2019-01-01 1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