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31일 밤 11시55분에 코트 위에 종과 농구공을 형상화한 ‘농구종’이 내려왔다. 5분 후 2019년 1월 1일이 되자 한국농구(KBL) 관계자들이 종을 울렸다. 올 시즌 KBL 최다 관중인 7511명의 환호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창원 LG와 부산 KT는 지난 31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농구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밤 11시에 2018-2019 KBL 정규시즌 경기를 치렀다. 농구영신은 농구와 송구영신을 결합한 단어다.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수백명의 관중이 현장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현장판매 개시 25분 만에 잔여 좌석표 490장이 매진돼 입석표 판매가 시작됐다.
농구영신은 3회째다. 1회 농구영신 경기는 2016년 12월 31일 오후 10시 고양실내체육관에서 고양 오리온과 서울 SK가 치렀다. 시즌 평균관중 3083명의 2배에 가까운 6083명의 관중이 모였다. 지난해에도 같은 시간에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두 팀이 다시 맞붙었다. 역시 해당 시즌 평균 관중(2902명)의 두 배를 넘는 5865명의 관중이 경기를 보며 새해를 함께했다. 올해까지 농구영신은 3연속 ‘흥행대박’에 성공했다.
그간 농구영신은 밤 10시에 시작돼 경기 종료 후 새해를 맞았다. 농구영신 3회 경기 시간은 1시간 늦춰졌다. 경기 도중 선수와 관중들이 한해 마무리와 새해의 시작을 모두 맞이하도록 하기 위한 변화였다. 하프타임 중 새해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감독들은 경기력에 대해 다소 우려했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을 보고 흐뭇해했다. 현주엽 LG 감독은 “경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이렇게 관중이 가득 찬 건 정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서동철 KT 감독도 “오늘 열기를 보니 이런 이벤트는 역시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농구영신의 흥행은 갈수록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남자농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 시즌 KBL 평균 관중수는 지난 시즌 2902명에서 지난달 30일 기준 2747명으로 줄었다. 직장인들의 참여를 위해 평일 경기 개시 시간을 오후 7시에서 오후 7시30분으로 연기했음에도 소용없었다. 하지만 송구영신 경기에는 시즌 평균 관중의 2.5배를 훌쩍 넘는 인원이 모였다. 팬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한다면 침체된 농구 인기 회복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KBL 관계자는 “팬들이 늦은 시간 입석까지 가득 메워준 모습을 보니 (농구 인기가 높던)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이 생각났다”며 “오는 20일 창원에서 열릴 올스타전과 각종 경기 등에서도 팬의 관심을 끌 이벤트들을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창원=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농구영신’… 2년 걸친 한밤 농구에 열광
입력 2019-01-01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