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각종 모임과 분주한 업무, 쏟아지는 미디어 콘텐츠들을 뒤로하고 금식하며 하나님과 독대한 크리스천들이 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출신 나사렛형제들 200여명은 31일부터 1일까지 서울 종로구 CCC본부에서 ‘2019 원단금식수련회’를 개최하고 세끼를 금식하며 한해를 새롭게 시작했다. 이들은 기도제목 100개를 꼼꼼히 적으며 2019년 역사하실 하나님을 고대했다.
법제처에서 근무하는 조용호(57)씨는 “옷차림 등 외식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 집중하면서 응답을 기다리는 게 금식기도의 유익”이라며 “1980년대 중반 대학생 시절 새해 원단금식기도를 하면서 ‘민족 정신사의 강은 어디로 흐르는가’를 주제로 민족을 위한 헌신을 다짐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연말연시 분주하게 여러 일을 할 수 있지만,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로 정립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면서 “기도를 하면서 불합리한 차별적 법령을 정비하고 국민이 불합리하게 여기는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기업의 웹프로그래머인 서기원(24·여)씨는 “학창시절 CCC 학생들과 함께 난방되지 않던 기도원에서 잠도 못 자고 금식기도 하며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면서 “식욕을 억누르고 하나님께 집중하며 올 한 해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역사하실 일들을 기대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39년 교직 생활을 마무리한 유면옥(64)씨도 “김준곤 목사님을 모시고 정동회관에서 1주일씩 금식기도를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영적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금식기도다. 올 한 해 내 힘이 아닌 기도로 문제를 돌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가정 사업 신앙생활 등 다양한 기도제목을 안고 왔다. 위성빈(53)씨는 “업무로 바쁘게 보내다가 기도제목을 들고 하나님을 대면하며 깊이 있게 기도할 수 있어 참 좋았다”면서 “장인어른부터 매일 만나는 친구들까지 모두를 위해 폭넓게 기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적 갈급함 끝에 새 교회에 출석하게 됐는데 옮기는 교회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은혜를 기대하며 간절히 구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주의 소아청소년과 의사인 서용배(61)씨도 “1974년 대학생으로 훈련받을 때만 해도 민족의 입체적 구원을 놓고 열끼 금식을 했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세끼 금식도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새해 첫 시간을 금식기도 하며 ‘하나님 감사합니다, 주님을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으로 시작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뜻을 같이하는 믿음의 동역자들과 공동체를 세우고 싶은데, 왠지 올해 모든 일이 다 잘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김기용 CCC 나사렛형제들 책임간사는 “원단금식기도회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분명하게 정하는 자리”라면서 “영혼의 고향과 같은 대학선교단체 본부에서 개인 가정 교회 나라의 문제를 두고 눈물로 기도했다는 데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읍 소망수양관에도 이날 기도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한국기독실업인회(CBMC)와 국가기도운동본부 회원 300여명이 ‘2019 새해 금식기도회’를 가진 것이다. 참석자들은 두끼 금식기도를 하며 복음적 평화통일, 한국교회 신뢰회복, 위정자들을 위해 통성으로 부르짖었다.
김은호 서울 오륜교회 목사는 설교에서 “성령이 충만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에 힘쓴다”며 “나홀로 신앙은 비성경적이다. 관계가 중요하다. 신앙생활은 영적 전쟁이기에 더불어 함께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승율 한국CBMC 중앙회장은 “지금은 기도해야 할 때”라며 “목 놓아 부르짖을 때 하나님이 주시는 치유와 회복이 이 나라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갑진 국가기도운동본부 대표는 “하나님 말씀에 의지해 한반도와 열방의 구원을 위한 중보 기도자가 되자”고 당부했다.
백상현 기자, 광주=유영대 기자 100sh@kmib.co.kr
“정결히 비우고 은혜로 채우자” 금식기도 새해맞이
입력 2019-01-0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