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의사, 환자 흉기에 숨져

입력 2018-12-31 23:12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31일 현장감식을 위해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병원에서는 진료받던 정신과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의사가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병주 기자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가 의사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잇따르다 급기야 일반 진료실에서도 살인 사건이 터지자 의료계는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31일 오후 5시44분쯤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정신과에서 의사와 상담하던 환자 A씨(30)가 복도에서 담당 의사의 가슴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복도에서 사건을 목격한 간호사의 신고로 경찰과 소방이 출동했고 피해 의사는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후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오후 7시30분쯤 숨졌다.

병원 측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정신과병동을 찾은 외래환자였다. 보통 외래환자를 진료할 때 의사는 간호사 등 다른 의료진을 동반하지만 정신과는 의사와 환자만 진료에 참여한다. 경찰은 A씨의 정신과 치료 이력, 살인 동기 등을 조사하고 1일 피해 의사에 대한 부검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병원은 사건이 발생한 3층 정신병동으로 가는 출입구를 전면 폐쇄했다.

이번 사건은 ‘응급실 의사 폭행 가중처벌법’이 통과된 지 나흘 만에 발생해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 의사가 술에 취한 환자에게 무차별 폭행당하자 정부와 국회는 응급의료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실제 의료정책연구소 2016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의사 중 96.5%가 환자에게 폭력 및 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환자에게 피해를 당하고 정신적 후유증을 겪은 의사도 91.4%였다.

의료진 폭행이 문제로 불거지자 지난 27일 응급실에서 의사와 간호사를 폭행하면 가중 처벌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재는 의료진을 폭행하거나 협박해 응급의료를 방해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데 가중 처벌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응급실이 아닌 일반 진료실에서 발생해 해당 대책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응급실 외 의료 현장도 의료진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박종혁 의사협회 대변인은 “응급실을 시작으로 의사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보호 대상을 확대할 것을 건의할 계획이었다”며 “특히 정신과의 경우 입원 기준이 까다로워진 탓에 외래 진료의 위험이 더 커져 우려하고 있던 중 이런 일이 발생해 황망하다”고 했다. 이어 “외래 진료실도 안전 기준이 높아진 응급실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예슬 안규영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