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학년생 장모(27)씨는 2018년 상하반기를 통틀어 대기업과 중견기업 30여곳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모두 떨어졌다. 토익, 토익 스피킹 점수도 높고 컴퓨터 및 한자 관련 자격증도 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한 기업보다 탈락한 곳이 더 많다. 장씨는 최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새해 상반기 채용 공고가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한모(31)씨는 지난 11월 한 대기업 계열사에 최종 합격했지만 걱정이 많다.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도 500만원 가까이 남았고 주거·결혼 비용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씨는 “취업은 했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부모님께 도움을 받고 있어 죄송하다”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새해 소원으로 취준생(취업준비생)은 ‘취업’을, 대학생과 직장인은 ‘경제적 여유’를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년째 얼어붙은 청년취업 시장과 학자금 대출 상환, 주거·결혼 비용 마련 등에 대한 20, 30대 청년들의 어려움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취업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성인 남녀 2031명을 대상으로 ‘새해 소망’(복수응답)을 조사한 결과 취준생은 ‘취업’(73.4%)을, 대학생(48.3%)과 직장인(42.1%)은 ‘경제적 여유’를 희망했다고 31일 밝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난 등 청년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라는 바람이 담긴 수치”라며 “정부와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과 취준생들의 소원은 간절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선 취준생 선호가 높은 대기업들은 올해 채용 규모를 전년과 비슷하거나 축소할 계획이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018년과 같은 2.6~2.7%로 예측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불황 여파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새해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아직까지 채용 규모를 확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없어 채용을 2018년보다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도 “세계 경제 불황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보다 채용 인원을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많은 연봉을 주는 곳에 취업해 학자금 대출을 갚고 주거·결혼 비용도 마련해야 하는 대부분의 20, 30대로서는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장씨는 “상황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청년들 역시 올해 취업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었다. 취업 포털 사이트 ‘커리어’가 구직자 4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이 ‘2019년 취업시장 전망이 2018년보다 어둡다’(53.9%)고 답했다. ‘2018년보다 전망이 밝다’고 답한 이들은 20.5%에 불과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새해 소원, 취준생은 ‘취업’… 대학생·직장인은 ‘경제적 여유’
입력 2018-12-31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