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조국 “비위행위자 사실왜곡 주장,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입력 2018-12-31 18:52 수정 2018-12-31 20:07
조국(오른쪽)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것은 2006년 8월 전해철 수석 이후 12년 만이다. 김지훈 기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야당 의원들과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야당은 조 수석을 국회로 불러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청와대의 방어 논리를 허물지는 못했다. 야당 의원들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소속이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폭로 내용을 토대로 공세를 퍼부었으나 조 수석은 김 수사관의 폭로를 ‘희대의 농간’으로 규정하며 빠져나갔다. 그는 “비위 행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비위 행위자의 일방적 진술”이라며 김 수사관 폭로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조 수석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작심한 듯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조 수석은 운영위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비위 행위자의 사실 왜곡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임 실장도 “민간인 사찰이니 블랙리스트니 하는 무리한 주장들이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는 점이 확인될 것”이라며 “김 수사관은 권력정치가 낳은 비뚤어진 인격체”라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조 수석과 임 실장은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우윤근 주러시아대사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조 수석은 “1억2000만원 수수 의혹은 박근혜정부 시절 검찰에서 무혐의가 결정됐다.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취업 청탁을 빌미로 1000만원을 받았다는 또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인사검증 라인으로 (첩보를) 이첩했다”고 답했다. 임 실장은 “내부 인사검증 절차가 완료된 뒤 그 첩보가 접수된 걸로 들었다”고 했다. 1000만원 수수 의혹의 실체가 명확히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야당은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 및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사기업 인사개입 의혹 등을 연달아 제기했지만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조 수석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지시한 바 없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간인 사찰 의혹도 사실무근이라고 맞섰다. KT&G 사장 인사에 청와대나 기획재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임 실장은 “지시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야당의 의혹 제기와 청와대의 부인이 종일 반복됐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김 수사관 말이 전부 다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지 않느냐.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운 것 아니냐”고 따지자 임 실장은 “필요하면 언제든 추가로 하겠다”고 맞섰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이 “미꾸라지 장사꾼이 실컷 수혜를 받아놓고 이제는 미꾸라지(김 수사관)를 탓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조 수석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 수석은 이명박·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김 수사관을 다시 기용한 배경에 대해 “첩보수집 능력이 좋다는 평가가 있었고 면접 태도도 좋았다. 과거 정부에서 일했다는 것만으로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 입장을 적극 옹호했다. 이철희 의원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3비 커넥션”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말한 ‘3비’는 비위 공직자, 비리 기업인, 비토 세력이다. 비리 기업인과 부적절하게 어울렸던 김 수사관의 폭로를 문재인정부 비토 세력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수사관이 선임한 석동현 변호사가 한국당 당협위원장 출신인 점도 문제 삼았다. 반면 한국당은 “민주당은 김 수사관을 범법자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보이는데 그는 엄연한 공익제보자”라고 맞섰다.

여야는 회의 시작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오전 10시에 개의했지만 출석 대상자, 자료 요구 등을 놓고 고성을 주고받으면서 1시간이 지나 본격적인 질의가 시작됐다. 회의는 생중계돼 볼썽사나운 말싸움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장외 신경전도 벌어졌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빈 수레를 끌고 무리하게 과속 페달을 밟으니 덜컹거리고 시끄럽기만 할 뿐 내용은 없었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한국당은 “청와대의 비협조와 여당의 막무가내식 비호 및 방해로 국민적 실망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판 김성훈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