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늦출 것으로 보인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철군 시작 후 30일 이내에 2000여명의 미군을 완전히 시리아에서 뺄 방침이었다. 그러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완벽하게 격퇴되지 않은 시리아 상황과 자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백악관에서 2시간가량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그레이엄 의원은 백악관 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전하며 “시리아 미군 철군이 늦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즉각 철군 방침을 재검토하는 데 동의했다”며 “우리는 현명한 방식으로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IS를 파괴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10야드선 안(미식축구의 골대 앞)에 있다”고 비유했다. IS가 궤멸 직전에 있다는 의미다.
그레이엄 의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의 방위비 인상과 관련해 장고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동맹국이) 방위비를 더 내게 하는 대통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을 재평가하는 일시정지 상태(pause situation)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CNN방송에선 “철군이 늦춰지는 것이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방침이 바뀐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친(親)트럼프 성향이지만, 시리아 철군 방침에 대해선 “오바마 같은 큰 실수”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그를 콕 집어 점심식사에 초대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레이엄 의원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입장을 바꿨다”고 비꼬았다. 러시아와 터키 언론들은 29일 미군 50명이 시리아를 떠나 이라크로 향하는 등 철군 작업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공격은 계속됐다. 이번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표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부부도 안전을 위해 그들의 워싱턴 인근 저택에 10피트(3m) 벽을 건설했다”며 “나는 그들의 안전과 보안을 위해 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미국도 같은 것이 필요하다. 좀 더 큰 버전으로”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부부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설치한 벽을 셧아웃 사태를 촉발시킨 멕시코 국경장벽에 빗댄 것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트위터 공격의 타깃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척슈머 셧다운’이라는 해시태그를 올리며 책임을 떠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척슈머 셧다운’ 기간에 정부는 해안경비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도시(워싱턴)를 떠나고 미 국민의 안전과 보안에 관심이 없는 민주당 의원들 도움 없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나홀로 백악관’ 트위터 글을 놓고 백악관 참모들 사이에선 ‘긍정적인 발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연휴 기간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트위터에만 매달리고 있다. 폴리티코는 공화당 일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고 백악관에만 은둔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치거나 기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것보다 나홀로 트위터를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며 안도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트럼프, 시리아 철군 감속키로… 방위비 분담금도 장고 돌입
입력 2018-12-31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