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되는’ 경조사비… 앞으로는 낸 만큼 회수 어려울 듯

입력 2018-12-31 19:33
지난 10년간 경조사를 치른 가구의 수입과 지출을 분석한 결과 소비한 경조사비를 대부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동체 의식 약화 등 세태 변화에 따라 경조사비 지출과 수입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조사비 지출을 줄이는 정책마련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손혜림·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재정학회의 재정학연구 최신호에 실린 ‘재정패널을 이용한 우리나라 가구의 경조사비 지출과 경조사 수입 간의 관계 분석’ 논문에 이 같은 분석과 주장을 담았다. 두 교수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2007∼2016년 재정패널 자료를 이용해 경조사비 지출과 수입을 분석했다.

31일 논문에 따르면 총 3488가구의 지난 10년간의 경조사비 누적액을 분석한 결과 수입이 있는 가구는 전체의 37.3%로 평균 955만원을 경조사비로 지출했고, 1523만원을 거둬들였다. 반면 61.3%는 734만원을 썼고 수입은 없었다. 0.2%는 775만원의 수입은 있지만 지출이 없었고 1.2%는 수입과 지출 모두 없었다.

논문에는 물가 수준을 고려해 10년 누적 경조사 지출액이 1만원 늘어날 때 경조사 수입액의 증가액을 측정한 결과도 실렸다. 대상은 경조사비 수입이 있는 가구만으로 한정했다.

분석 결과 누적 경조사비 지출이 1만원 늘어나면 경조사비 수입은 9880원 늘어나 지출에 대한 회수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경조사비는 짧은 시간에 큰 지출이 필요한 위험요소가 있지만 회수 가능성을 보여줘 완전 보험으로서 작동하고 있다”며 “경조사 문화가 강제성을 띄지 않은 사회적 약속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놀라운 결과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세태 변화에 따라 경조사비가 ‘완전 보험’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거나 수명이 길어지면서 경조사비를 지출하는 시점과 회수하는 시점이 차이날 수 있다. 비혼인구의 증가로 지출한 경조사비를 아예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저자들은 “지나친 경조사비 지출이 소비의 평활화(平滑化)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처럼 정책적으로 경조사비 지출 부담을 줄이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