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목적 중 하나는 방남을 앞두고 남한 내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1월 중 방남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31일 “김 위원장의 친서는 새해 방남을 앞두고 우리 국민의 부정적인 감정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물론 국민 상당수가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음에도 실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친서로 양해를 구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친서 내용 중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부분이 중요한 포인트”라며 “북·미 관계만 풀리면 한국에는 꼭 갈 테니 좀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도 “청와대가 이달 초 김 위원장에 대해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이라고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는데, 결과적으로 연내 답방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면서 “서울 방문을 앞둔 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 국민에게 전달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친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으면서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 답방 시기와 관련한 다양한 설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1월 중하순에 김 위원장이 답방해줄 것을 제안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제안한 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답방 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만큼 1월 또는 적어도 2월에는 답방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의 ‘깜짝 친서’가 신년사 메시지를 보다 명확히 전달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신년사는 매우 정제된 언어로 작성되고, 대남·대미 메시지도 원론적 수준에서 언급되기 때문에 친근감이나 확고한 비핵화 의지 등을 전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신년사에 쏠린 상황에서 딱딱한 문체로 정제된 내용만 전달했을 경우 남북 관계 발전과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진의(眞意)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친서가 온 시점에 대해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관련 의지 표명 없이 새해를 맞았다면 한·미 내부의 회의론이 더 커질 수도 있었는데 이를 친서로 불식시켰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신년사와 내년 초 진행될 북·미 협상을 앞두고 친서라는 ‘예고편’을 방영함으로써 핵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더 키운 효과도 있다”며 “이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비핵화 의지가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논설에서 ‘국제사회에서의 전략적 지위 상승’과 ‘경제 집중’ ‘부정부패와의 투쟁’을 올해 최대 성과로 꼽았다. 신문은 “국제무대에서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전략적 지위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남북 간 세 차례 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국제사회 내 지위가 급상승했다고 자평한 만큼 이런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김정은 친서, 방남 대비 여론 관리용이자 신년사 예고편”
입력 2018-12-31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