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글루코사민, 부작용 없지만 자제?

입력 2018-12-31 19:11 수정 2019-01-01 13:43

건강기능식품 재평가를 실시한 보건 당국이 명확한 인과관계 확인 없이 주의사항을 변경하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8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재평가’를 통해 임산부의 글루코사민 섭취를 자제하는 내용을 주의사항에 표기키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변비에 효과가 있는 걸로 알려진 프락토올리고당의 경우 배에 가스가 차거나 복부팽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주의사항이 추가되고, 충치예방용으로 인기가 있는 자일리톨은 일일 섭취량이 하향 조정된다.

그러나 주의사항을 바꾸겠다는 식약처의 설명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임산부의 섭취를 막겠다는 글루코사민의 경우 실제 임산부로부터 부작용이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글루코사민을 먹은 임산부에게서 이상증세가 발견되긴 했지만 역학조사에서 외부 변수가 많다보니 글루코사민이 증세의 원인이란 건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세간에 떠도는 글루코사민과 임신당뇨의 관계도 식약처는 확인하지 않았다. 이미 임산부들 사이에선 ‘글루코사민이 임신당뇨에 치명적’이란 얘기가 공유되고 있지만 식약처는 “해당 연구 결과는 없다”고 했다.

다만 선제적 조치 차원에서 상대적 약자로 분류되는 임산부의 복용을 금지한 것이라고 식약처는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반 당뇨환자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고 임산부의 섭취를 금지한 건 임신당뇨까지 모두 포괄하는 의미”라며 “이번 재평가를 기반으로 의견수렴을 거친 뒤 최종 변경 사항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자일리톨의 일일 섭취량을 종전 10~25g에서 5~10g으로 변경하는 과정도 주먹구구식이다. 식약처는 기존 상한선인 25g을 섭취한 사람에게서 복부팽만이 확인돼 상한선을 낮췄지만 이 기준이 ‘부작용’이 아니라 ‘효과성’이라고 했다. 상한선을 10g으로 정한 근거가 ‘10g 이상 섭취하면 부작용 위험’이 아니고 ‘10g만 섭취해도 충치예방 효과’라는 얘기다. 식약처 관계자는 “자일리톨의 부작용은 없다”고 단언했다. 기존에 상한선이 25g으로 책정된 부분도 불명확하다. “인공감미료로서 자일리톨을 섭취할 경우 25g 이하가 적당하다는 영국의 연구 결과를 그대로 차용했던 것 같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건강기능식품 섭취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주의사항에 넣고 이 부작용이 차후 확인될 경우 이상 증세에서 배제하겠다는 다소 황당한 논리도 내놨다. 프락토올리고당과 관련해 식약처 관계자는 “배변에 도움이 되려면 배에 가스가 차고 복부팽만감이 나타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이 증상을 주의사항에 표기하긴 하지만 섭취 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들인 만큼 차후 이상 사례 수집 과정에선 뺄 것”이라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