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을 지켜준 당신,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세밑 한파가 이어진 31일 오전 7시.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앞은 봄 햇살보다 따뜻한 온기와 희망이 가득한 활기로 넘실댔다. 복직되지 않았던 쌍용차 해고자 119명 가운데 71명이 10년이라는 세월동안 떠나 있어야 했던 삶터로 돌아온 것이다. 이들은 가족과 동료들의 환한 미소와 환호 속에 정문으로 당당하게 들어섰다.
다소 상기된 얼굴로 들어선 한 복직 노동자는 “일터로 다시 돌아오게 돼 너무 기쁘다. 자동차 작업라인에서 일을 하지 않은 지가 어느덧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손끝에서의 느낌은 살아 움직이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남편의 출근 모습을 보기 위해 왔다는 복직 노동자의 아내는 “딸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남편이 해고가 돼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며 “딸이 이제는 어엿한 대학생이 됐고, 남편이 다시 직장에 출근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힘들었던 시간들은 뒤로 가고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은 조합원들이 모두 복직한 후 마지막에 복직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날 복직하지 않은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복직하는 동료들의 신발끈을 매어주며 격려했다. 김 지부장은 “고생한 동지들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우리의 삶터를 살맛나는 일터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복직 노동자들은 이곳저곳에서 서로에게 안부를 건네며 힘차게 악수를 나눴고 카네이션 전달, 가족 편지 낭독 등 간단한 축하행사를 진행한 뒤 일터로 발길을 옮겼다.
이날 복직하지 않은 김 지부장을 포함한 나머지 48명은 노사 합의에 따라 2019년 상반기 중 복직할 예정이다.
쌍용차 사태는 2009년 4월 전체 임직원의 36%인 2600여명이 정리해고되자 노조원들이 반발해 5월 21일 파업에 돌입하면서 촉발됐다. 77일간 진행된 파업 과정에서 64명이 구속됐고, 끝까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970여명 가운데 무급휴직이나 명예퇴직을 택하지 않은 165명은 해고자가 됐다.
평택=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10년 만에 되찾은 삶터… 가슴 벅차올라”
입력 2018-12-31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