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31일 “2019년 금융산업이 새로운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년여 남짓한 짧은 회복기가 끝나고 새해에는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금융권의 건전성 지표는 체감경기와 달리 이상할 만큼 양호한 수준”이라며 “향후 금리 상승이 제한되고 취약차주 및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건전성 악화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실물경기의 바로미터인 금융산업를 바라보는 어두운 시선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우선 ‘호황 자신감’으로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온 미국의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 격차가 점점 줄어드는 장면은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미국 USA투데이는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신뢰할 수 있는 변수다. 아직 뒤집히진 않았지만, 만일 뒤집힌다면 긴 성장이 마침내 끝났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던 2001년 초, 2007년 말에도 미국 국채 단기물의 수익률은 장기물 수익률을 앞지르려는 모습을 보였다. 부진한 주택시장과 둔화하는 건설 투자 등은 실제로 미국 경제성장률을 위협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새해 경제성장률이 2018년보다 낮은 2% 중반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 리스크를 감안해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려간 한국 경제 구성원들의 면면에서도 불안요소는 감지된다. 금융권의 대손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은 차주(借主) 부실 가능성을 지목한다.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가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돼 추가 대출여력은 약화됐고, 연체율은 완만하게 상승 중이다.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들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LTV)은 계속 높아져 250%를 돌파했다.
가계뿐 아니라 돈을 빌려간 기업들에서도 한계기업 증가, 제조업 가동률 하락 등의 적신호가 감지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다 내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의 중소기업 비중은 2018년 상반기 50%를 찍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 신용카드의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도 국내 금융권 수익성 악화의 요인으로 꼽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올 금융산업 새로운 하강 국면 진입”
입력 2018-12-31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