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춥습니다. 홍조를 띤 두 손을 모아, 따스한 입김으로 노래를 불렀더니 구름 위를 걸어가던 달님이 춥지 말라고 하얀 이불을 덮어줍니다. 조용히 잠든 정원을 걸으며 눈꽃이불 덮은 나뭇가지를 보았습니다.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고, 한없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이 풍경이 아름다워서 가슴속에 담아두려고 사진기를 꺼내니, 눈을 뒤집어쓴 채 나를 응시하는 잎사귀를 발견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색을 잃어버리지 않고, 눈송이가 무겁다고 불평하지도 않는 잎사귀. 김춘수 시인의 고백처럼, 나는 발견했고 비로소 내 마음에 꽃이 돼주었습니다.
이 작은 잎사귀를 바라보며 나는 인생을 생각합니다. 두 주먹 불끈 쥐고 태어나, 어머니의 품에서 사랑을 먹으며 세상 가장 귀한 보석처럼 자라납니다.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친밀함과 거절감, 성공과 실패, 극복과 좌절, 어리숙함과 성장의 지평선에서 어디를 향해 걸을까를 고민하면서 인간은 자라나고, 인생은 완숙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직 하나님만이 읽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들을 이마에 새긴 채 잠들어 갑니다.
이런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외로운 순간이라면, 소망의 해가 저물어 갈 때입니다. 평강의 따스함이 등을 돌릴 때입니다. 마음이 힘들고 외로워서 눈물을 흘려도, 처마 밑 고드름처럼 얼어버리는 순간을 지날 때입니다.
성경에 보면, 사진 속의 나뭇잎처럼 고독의 시간을 보내던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는 얼마 전까지 자기 힘과 꾀를 가지고 모든 것을 차지하던 사람, 나의 유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사람, 내 인생의 전진을 위해서라면 남의 발목을 잡아 쓰러뜨리는 일도 서슴지 않던 야곱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계절은 겨울, 홀로 광야에서 딱딱한 베개를 베고 누워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분노에 불타는 에서를 생각하며 두려워 떠는 감정의 뒤섞임 속에서 야곱은 잃어버린 인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야곱을 하나님은 주목하셨습니다. 그러자 이전까지 쟁취하던 야곱의 삶이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준비하심을 발견하는 인생으로 변화됐던 것입니다. 삼촌 라반이 야곱에게 가축 한 마리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온갖 꾀를 내보았지만 하나님은 기적적인 방법으로 야곱을 돌보시고, 공급하시고, 축복해 주셨습니다.
인생의 겨울을 지나며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마음을 담아 말합니다. 세상이 당신을 향해 등을 돌렸습니까? 마음속 방에서 두려워 떨며 우는 어린아이의 심정입니까? 그런 당신을 주목하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절망의 겨울에서 은혜로 찾아가는 눈빛이 있습니다.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하는 생명의 사닥다리가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분은 하늘에 계시지 않고, 우리 삶의 현장 속에 평강으로 찾아오시며 위로가 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 너무나 익숙한 이름. 그러나 이 세상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으시는 이름. 무의미를 변하여 복이 되게 하시는 임마누엘 하나님이 오늘 당신의 삶으로 찾아오십니다. 절망의 바닥에 누워 있지 말고, 일어나 믿음으로 벧엘의 기념비를 세우십시오. 그럴 때 야곱의 삶에 함께하신 하나님이 당신과 함께하실 것입니다. 야곱의 삶에 모든 것을 준비하신 하나님께서 당신의 미래에 여호와 이레가 되어 주실 것입니다. 야곱이 당면한 모든 불의와 악함 속에서 변호가 되고 위로가 되신 하나님께서 당신을 위해 보혜사 성령을 보내시고, 도와주실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미래를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바라봅니다. 그러나 하나님 아버지께 발견된 인생은 삶의 모든 순간 속에서 준비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축복의 조각들을 발견하고, 내 것으로 삼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부디 오늘 하루 환경과 상황에 얽매이던 눈을 감으십시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추운 겨울에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저 잎사귀처럼, 찾아오시는 임마누엘 하나님을 바라보는 인생, 그 주님께 발견되는 인생, 은혜의 섭리를 발견하는 인생을 살아가기를 축복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전담양 목사
약력=△한국시문인협회 신인상 및 대상, 한국목양문학회 목양문학상 수상 △현 중동선교회 이사, 기독교문인협회 회원, 경기도 고양시 임마누엘교회 담임 및 임마누엘기도원 원장.
[전담양 목사의 사진과 묵상] 하나님이 발견하는 인생
입력 2019-01-04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