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사진)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30일 전격적으로 친서를 보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올해 이뤄지지 못한 서울 답방에 대한 아쉬움과 강한 실천 의지도 내비쳤다. 또 내년에 ‘상시 정상회담’ 체제를 구축하고, 남북 간 전쟁 공포를 몰아내자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 각하’로 시작하는 친서에서 “평양에서의 우리의 상봉이 어제 일 같은데 벌써 100여일이나 지나 지금은 잊을 수 없는 2018년도 다 저물어가는 때가 되었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올해를 마감하는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내년에도 두 정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나가자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해 남북 간 오랜 대결 구도를 뛰어넘는 과감한 조처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민족을 군사적 긴장과 전쟁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나갈 것을 제안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 상황 등을 지켜보며 기회가 되는 대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두 정상이 평양에서 합의한 대로 올해 서울 방문이 실현되기를 고대했지만 이뤄지지 못한 점을 못내 아쉬워했다”면서 “김 위원장이 서울 방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친서는 A4용지 2장 분량으로 이날 오후 인편을 통해 전달됐다. 김 위원장의 친서를 신성시하는 북한 특성상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라인이 가동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친서에 대한 답신을 보낼 예정이다.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친서는 우리 정부의 사전 조치 없이 전달돼 온 것”이라며 “친서를 받았으니 문 대통령의 답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문제를 남북이 함께 해결해나갈 것을 재확인함에 따라 내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공조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비핵화 협상 문제는 청와대 국가안보실보다는 국정원 라인이 중심이 돼 북한, 미국과 논의하는 것으로 안다”며 “김 위원장의 친서는 이 같은 물밑 교섭을 통해 남북이 비핵화 및 이에 대한 보상 문제를 함께 논의하자는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청와대는 친서 내용을 미국과 공유하고 대응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SNS에 올린 글에서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해줬다”며 “비핵화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고자 한다는 김 위원장 뜻도 매우 반갑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을 환영하는 마음은 결코 변함이 없다. 새해에 다시 만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인편으로 온 A4 2장 ‘김정은 친서’…“서울 답방 강한 의지”
입력 2018-12-30 19:23 수정 2018-12-30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