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 앞서 ‘친서’…비관론 깨고 분위기 조성

입력 2018-12-30 19:25 수정 2018-12-30 21:55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함께 손잡고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넘어갔다가 남측으로 돌아오는 모습. 두 정상은 30일 친서 외교를 재개했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개월 만에 문재인 대통령과 친서 외교를 재개하고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남북 공동의 노력을 강조했다. 남북 주도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최근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공전으로 커졌던 대내외의 비관적 전망도 다소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내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합의사항을 재확인한 것이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비핵화를 위한 공동 노력을 명기하고, 평양선언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북한은 그동안 비핵화 문제는 미국과 협상할 일이지, 남측이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며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동 노력을 재확인한 것은 북·미 협상의 교착상태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함께 노력해 비핵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변함없는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면서 내년 1월 1일 신년사에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먼저 구체적인 협상 패를 꺼내기보다는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넓히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톱다운’ 방식 협상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신년사의 대미 메시지는 대화의 모멘텀을 확대하는 수준으로 나올 것”이라며 “북·미 관계 개선과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이행을 촉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년사에서 서울 답방 시기가 언급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북·미 협상과도 연계돼 있어서 신년사에서 이를 확정적으로 언급하기는 쉽지 않다”며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의 확실한 이행을 다짐하며 남북 간 보다 강력한 결속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당시 특사였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통해 전한 후 10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북·미 협상에 앞서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뒤 전격 특사를 파견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답장을 보내기 위해 특사를 파견할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상균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두 차례 북한에 특사로 파견해 북·미 협상을 이끌어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답신의 형식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강준구 최승욱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