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돔 갇힌 남반구 ‘폭염 몸살’

입력 2018-12-31 04:02 수정 2018-12-31 09:53
호주 지역 당국들이 크리스마스 연휴가 포함된 12월 마지막주 예정된 무더위에 경보조치 등을 행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AP뉴시스

여름을 맞은 남반구의 호주가 평균 40도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에 1주일 넘게 시달리고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27일 호주 북서부 마블바 지역 낮 기온이 49.3도까지 치솟았다. 1960년 남호주 일대 기온이 50.7도까지 오른 이후 가장 더운 날씨다. 멜버른 기온도 36도에 달했고 호주 남동부 지역 뉴사우스웨일스주, 빅토리아주 일대의 평균 기온은 예년보다 무려 14도가 높았다. 호주 기상청은 이런 폭염이 1주일 이상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위가 계속되면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28일 하루에만 호주 서남부 지역 의료기관에 2000여건의 온열질환 관련 상담전화가 걸려왔다고 현지 뉴스닷컴이 보도했다.

때 이른 폭염은 ‘열돔(heat-dome)’ 현상 때문이다. 기상학자 진 노먼은 크리스마스 연휴 이후 이어진 폭염의 원인은 “며칠간 호주 대륙의 넓은 지역에 걸쳐 있는 돔 형태의 고기압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운 공기를 잡아두는 열돔 현상은 지난여름 북반구에도 기록적인 폭염을 불러왔다.

호주 기상청은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불면서 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서호주주와 남호주주, 빅토리아주에는 산불 발생 경보를 발령했다. 호주 보건 당국에 따르면 한때 오존 농도 수치가 급상승하는 등 대기의 질도 악화됐다.

강과 바다에는 더위를 피하러 온 시민들이 몰리면서 인명사고가 빈번했다.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엿새간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에서만 5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에는 호주 동부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호수에서 한국 남성 한 명이 스노클링을 하다가 물에 빠져 숨졌다. 같은 날 퀸즈랜드주에서도 서핑을 하던 남성이 사망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내년 1월에는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기상학자 조너선 하우는 “이제 고작 여름의 첫 달이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남은 여름 내내 예년보다 더 덥고 건조한 여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반구의 12월은 북반구의 초여름에 해당한다.

이상기온은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호주처럼 남반구에 속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2월 내내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 시달렸다. 반면 같은 기간 북반구에는 한파가 불어닥쳤다. 최근 보스니아, 세르비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계속되는 폭설과 한파에 시달렸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