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하원의장이 유력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원성을 샀다.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되는 데도 정치적 주판알만 굴리는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방정부 셧다운은 29일(현지시간)로 8일째를 맞았다. 지난 22일 시작돼 2주차에 접어든 것이다. 미국 여야는 사태의 발단이 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과 관련해 접점을 찾지 못해 셧다운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멕시코 장벽 예산 50억 달러(5조5850억원)에서 절반을 깎은 25억 달러(2조7925억원)를 민주당에 제시했으나 퇴짜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의 직격탄을 맞는 곳은 관광지다. 국립공원과 국립박물관 폐쇄로 연말연시 대박의 꿈이 깨진 것이다. 예약 취소가 이어진 음식점과 호텔 등은 울상이 됐다. 38만명의 연방정부 공무원들도 일시해고 상태에 접어들어 월급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에서 과테말라 불법이민자 가족의 어린이 2명이 최근 숨진 사건에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비극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글에서 “국경에서 어린이 또는 누군가의 죽음은 민주당과 그들의 한심한 이민정책의 잘못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의 이민정책으로) 사람들은 미국 불법 입국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해 장거리 도보 여정을 떠나지만 그들은 입국할 수 없다”며 “우리에게 장벽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런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어린이는 국경순찰대에 넘겨지기 전부터 매우 아팠다”며 “한 소녀의 아버지는 ‘국경순찰대의 잘못은 아니며 딸에게 며칠간 물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어린이들의 사망 책임이 자신의 이민정책에 쏠리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트위터 글에선 “나는 민주당이 국경 안보에 대해 합의하러 오기를 백악관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은 새해 초까지 백악관에 머물 것”이라며 “그는 크리스마스 계획을 취소한 데 이어 신년 행사도 취소했다”고 말했다.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도 셧다운 와중에 호화 휴가를 떠나 비판을 자초했다. 폭스뉴스 등은 펠로시가 하와이의 특급리조트에서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펠로시가 머문 것으로 알려진 하와이 리조트의 하루 숙박비는 2500∼50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가 이 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기는 모습이 지난 27∼28일 연달아 목격됐다고 한다. 미국 언론들은 펠로시가 호화 휴가를 즐기면서도 보좌진을 통해 셧다운 사태 관련 성명을 계속 내고 있다고 비꼬았다. 펠로시는 2011년에도 하와이 호화 휴가 구설에 휘말린 적이 있다. 펠로시의 이번 여행 경비에 국민 혈세가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워싱턴에 없다고 공격하고 나섰다. 셧다운 해결을 위해 매일 협상해도 모자랄 판에 민주당의 상·하원 투톱 모두 워싱턴을 비운 데 대해서도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트럼프 ‘네 탓’·펠로시 호화 휴가… 출구 안보이는 셧다운
입력 2018-12-30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