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BMW 화재 추가 리콜 대상에 멀쩡한 흡기다기관도 포함시켜 ‘논란’

입력 2018-12-30 20:49 수정 2018-12-30 23:07

정부는 지난 24일 BMW 디젤차 화재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리콜 대상 차량 17만대의 ‘흡기다기관’을 교체하라는 추가 리콜 방안을 BMW 측에 제시했다. 하지만 멀쩡한 흡기다기관까지 모두 바꾸는 조치는 ‘자원 낭비’라는 지적이 정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흡기다기관에 구멍이 생겨 화재로 번지는 것은 냉각기 결함이 발생해야만 나타나는 문제이기 때문에 ‘과도한 행정’이라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경찰은 BMW 측이 조직적으로 결함을 축소·은폐했다고 보고 임직원을 입건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30일 “화재 원인 중 ‘냉각기 결함’은 규명됐지만 아직까지 소프트웨어 설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해야 하는 단계가 남아 있다. 국토교통부가 BMW의 자발적 리콜 대상 차량 17만대의 흡기다기관을 모두 교체하라고 제시한 방식의 추가 리콜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멀쩡한 흡기다기관을 떼어내 새 제품을 장착하더라도 냉각기 결함이 다시 발생하면 흡기다기관에 천공이 생길 수 있어 ‘말짱 도루묵’이다. 냉각기 결함을 발생시키는 근본 문제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흡기다기관 교체 비용만 불필요하게 드는 것이다. 민관합동조사단 조사에서도 흡기다기관 자체에는 별다른 결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강제 리콜을 내리면 행정소송으로 비화해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는 제품 단순교체 혹은 흡기다기관 재질 교체 등 구체적 방식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선 흡기다기관 교체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게끔 유도하겠지만 BMW 측과 추가 리콜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BMW 측에 따르면 지난 27일 자정을 기준으로 1차 리콜 대상 10만6317대 중 9만7140대(91.2%), 2차 리콜 대상 6만5763대 중 1만5580대(23.7%)의 리콜을 끝냈다. 강제 리콜 시 이미 조치를 완료한 약 11만대를 다시 불러들여 흡기다기관을 교체해야 하는 셈이다.

BMW 측은 ‘전수 교체’는 과도한 조치라고 반발한다. BMW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진단을 거쳐 흡기다기관 교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경우에만 교체해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리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30일 BMW코리아 실무진 5명(상무 1명, 직원 4명)을 최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고소·고발로 입건된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등 고위 임원 외에 실무진을 추가로 입건하기는 처음이다.

경찰은 BMW가 차량 결함을 알고도 늑장 리콜했는지, 김 회장 등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MW가 조직적으로 결함을 축소·은폐했다고 볼 만한 정황과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BMW코리아가 2015년부터 결함을 알고 있었다는 국토부와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도 넘겨받아 검토 중이다. 지난 8~9월 BMW코리아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도 분석하고 있다.

세종=전성필 기자, 박상은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