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주도 세계 3위 규모 CPTPP 출범… 한국엔 큰 영향 없을 듯

입력 2018-12-30 19:45
미국을 제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 11개국 대표들이 3월 8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TPP11 서명식에 참석해 협정에 서명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일본이 주도한 다자 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30일 출범했다.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 페루 11개국이 참여한 CPTPP는 규모 면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과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이은 3번째다. 협정 참여국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9%에 달한다. 일본 국제무역투자연구소는 CPTPP 발효로 일본 기업들의 관세 부담은 연간 30억 달러(약 3조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에서는 CPTPP효과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자동차 기계 등 일본이 우위를 지닌 공산품 수출에는 관세 인하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핵심인 자동차의 경우 대부분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가 해외 생산체계를 갖춘 만큼 협정이 얼마나 수출 증대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저가의 해외 농수산물이 들어오면 농가는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일본 언론들의 지적이다.

일본은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일·EU 경제연대협정(EPA)의 2월 발효도 앞두고 있다. CPTPP와 일·EU EPA 참여국의 GDP를 더하면 34.9%로 세계 경제의 3분의 1에 달하는 거대 자유무역권이 된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이 이들 국가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할 때 누려왔던 FTA 이점은 사라질 전망이다.

CPTPP는 당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2015년 타결됐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탈퇴를 선언한 뒤 규모가 축소되고 이름도 CPTPP로 바뀌었다. 일본은 미국이 다시 협정에 복귀하길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은 일본과의 양자 FTA 체결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CPTPP 참여국(11개국) 중 일본 멕시코를 제외한 9개국과 양자 FTA를 이미 체결했기 때문에 CPTPP 출범에 따른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중국 주도의 RCEP에 참여 중이다. 중국 한국 일본 인도와 아세안 등 아시아·태평양 16개국이 참가하는 RCEP는 내년 중 협상을 타결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CPTPP가 향후 세계 무역질서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만큼 한국도 가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현재 CPTPP 가입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는 영국 태국 콜롬비아 등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어떤 국가가 CPTPP 가입을 추진하는지 살펴본 뒤 추후에 가입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세종=전성필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