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보신 분들 또 오고 싶도록 노래할 것”

입력 2018-12-30 20:20
바리톤 김주택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 배달부”라며 “뮤지컬 출연 요청도 있지만 뮤지컬 배우들에게 실례라는 생각이 들어 거절하고 있다”고 했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바리톤 김주택(32)은 성악가로는 드물게 팬클럽을 보유하고 있다. 팬클럽 이름은 ‘주택단지’. 국내에선 지난해 음악 예능 프로그램 ‘팬텀싱어2’(JTBC) 출연으로 유명해졌지만 유럽 무대에서는 이미 오래전 ‘동양의 카푸칠리’로 불리는 수준급 성악가다. 그가 팬텀싱어2를 통해 결성된 팝페라그룹 미라클라스의 전국 순회공연을 지난 28일 마친 데 이어 오는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솔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고국에서 3년 만에 단독 공연하는 그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공연 티켓이 오픈 10분 만에 전석 매진된 소감부터 물었다. “주택단지 회원이 2000여명 되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감사한 일이죠. 오신 분들이 실망하지 않고 공연에 또 오시고 싶도록 노래하려고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마침 그는 10년 전 국민일보 사옥에 있는 영산아트홀에서 첫 독창회를 열었다고 했다. “2004년 고3 때 혼자 이탈리아로 건너가서 공부하고, 2008년 한국에 와서 첫 연주회를 열었어요. 이듬해 이탈리아 예지 페르골레지 극장에서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역으로 데뷔했죠. 정명훈 선생님 눈에 띄어 협연했고,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도 했지요. 지난해에는 팬텀싱어에 출연했고….”

감회가 깊은 듯했다. 김주택은 프랑스 툴루즈 국제성악콩쿠르 1위, 야마하 국제성악콩쿠르 1위, 베르디 국제성악콩쿠르 2위 등 유명한 국제 콩쿠르를 휩쓸었다. 성악가로서 승승장구한 이력이지만 그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20대 중반 우울의 수렁에 빠진 적이 있다. 공부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 달 넘게 학교를 결석했을 무렵이다.

“이탈리아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와 초인종을 계속 누르셨죠.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어요. 그분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어머니처럼 꼭 안아주셨어요. 그때 한참 펑펑 울었어요. ‘아, 누군가는 나를 염려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든 거죠. 그러고 나니까 다시 살 힘이 생기더라고요. 아마 그때 선생님이 오시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없을지도 몰라요(웃음).”

김주택은 2009년 말 지휘자 정명훈을 만나 이듬해 ‘광복 65주년 기념음악회’ 무대에서 협연했다. 그는 정명훈이 해준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언젠가 통화 중에 제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열심히 하는 걸론 안 돼. 모든 사람이 열심히 해. 너만의 색깔을 가져야 돼’라고 하셨는데, 그게 아티스트에겐 핵심이 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김주택은 이번 공연에서 이탈리아 노래 ‘그대 없이’ ‘눈물’과 한국 곡 ‘신고산 타령’ ‘애가’ 등 14곡으로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예정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