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18)] 허문영 ㈔평화한국 상임대표

입력 2018-12-31 00:06
허문영 상임대표가 지난 26일 평화한국 사무실에서 한국교회의 통일선교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평화한국은 허문영(62) 상임대표가 통일연구원 재직 시절인 2007년 세운 통일부 등록 비영리민간단체(NPO)다. 목표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한반도 평화통일과 세계평화 구현’이다. 91년 통일연구원 합류 이후 북한 전문가로서 한반도 통일문제 연구에 매진했지만 기독교 관점에서의 실천 및 대안 제시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허 대표의 자기반성에서 출발했다.

올해로 창립 12년 차를 맞아 세이레평화기도회, 금식기도운동, 국제평화학술회의, 인도적 대북지원 등 다방면에서 통일 관련 사업을 펼치는 그를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평화한국 사무실에서 만났다.

허 대표는 한국교회의 북한 및 통일선교 방안으로 “방법론보다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반도 문제는 국제 및 동아시아 차원과 민족적 차원, 국내 상황을 동시에 감안해야 풀리는 고차방정식”이라며 “여러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 문제를 인간의 노력만으로 풀긴 힘들다. 역사의 주인인 하나님께 은혜를 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했다.

통일에 있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려면 한국교회가 회개부터 해야 한다는 게 허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지금 한국교회에 필요한 건 다양한 대북선교 방안이 아니라 처절한 회개”라며 “남북관계 등 상황을 보며 전략 짜기에 골몰하기보다 경건한 삶을 살며 소외된 자를 돌본다면 통일은 선물처럼 우리에게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미·중·일·러 학자들과 국제평화학술회의를 여는 학술활동보다 기도운동을 더 우선시한다고 했다. 허 대표는 “주변국 학자들과 정책 연구를 진행하는 ‘평화연구소’와 통일시대 주인공인 다음세대를 키우는 ‘평화제작소’, 인도적 대북 사업을 펼치는 ‘평화사업소’ 사업 모두 기도로 방향을 구한 뒤 실행한다”며 “기독교인은 상황을 뒤따르는 게 아니라 말씀으로 시대를 선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문재인정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 내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북한이 비핵화로 나서는 것 자체를 소중히 여기며 김정은이 세계무대로 나올 수 있도록 참을성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선교사 6명을 한국교회가 기억하고 기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미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에서 자국민 3명을 데려왔으나 우리는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며 “이들은 북한 체제와 싸우러 간 게 아니라 북한 주민을 도우려던 분들이다. 한국교회부터 억류된 선교사를 위해 기도하며 석방을 위해 힘쓰자”고 강조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