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수영(1921~1968·사진)에 대한 환호는 그가 떠난 지 반세기가 지난 이 즈음 더 뜨거운 듯하다. 그의 50주기를 맞아 김수영의 문학을 주제로 한 책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민음사)와 ‘시는 나의 닻이다’(창비)가 나란히 나왔다. “김수영 문학은 시의 사회학과 시의 미학이 일치하는 한국 정신사의 새로운 몸”이라는 평에 부응하듯 유수한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 등이 머리를 맞댔다.
‘너도 나도…’는 김수영 시 해설집이다. 김수영연구회 회원 14명이 집필했다. 문학평론가 김명인 이영준을 공동대표로 한 이 연구회는 김응교 임동확 전상기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4년간 매월 한차례 이상 모임을 가지고 시 170여편을 분석했다. 연구회는 그중 중요도가 높은 116편을 고른 뒤 각자 여러 시에 대한 해설을 쓰고, 합평을 통해 글을 다듬었다.
남기택은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로 시작되는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 대해 “소시민의 내면 의식과 자기반성을 시화하는 방식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조은영은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이라는 시구로 맺는 ‘사랑’에 대해 “4·19혁명에 대한 좌절을 노래한 시로 오랫동안 해석됐지만 그보다 앞선 시점에 발표된 것으로 확인돼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로 해석해야 한다”고 썼다. 시의 창작 배경과 핵심 의미를 쉽게 풀어쓴 점이 돋보인다. 김수영의 시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될 해설들이다. 연구회는 서문에서 “김수영 시의 난해함에 가로막혀 있던 독자들에게 확실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는 나의 닻이다’는 문학평론가 이어령 백낙청 염무웅, 소설가 황석영, 시인 나희덕 심보선 신철규 등 21명이 김수영에 대해 쓴 글을 묶은 것이다. 김수영 생전에 그와 문학의 순수와 참여 문제로 논쟁을 벌였던 이어령은 ‘맨발의 시학’이라는 이름으로 김수영 시론을 제시한다. 그는 “김수영 시인이 다른 시인들과 차이가 있다면 신발로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남이 신다가 대물림하는 신발을 거부하고 차라리 맨발로 백주의 거리를 횡단하라고 외칠 것”이라고 했다. 이어령은 김수영이 한국의 전통적 시적 미학에 기대지 않고 자기반성과 성찰에 의지해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벽을 허문 것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시인 나희덕은 “제대로 보려는 부단한 노력 없이는 제대로 된 시를 쓸 수 없다는 것을 김수영을 통해서 배웠다”고 고백했다. 소설가 황석영은 “김수영의 시는 지금의 눈으로 보아도 낡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여전히 현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썼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김수영 50주기, 그의 삶과 시를 기억하다
입력 2018-12-3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