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텔레그램 업무’ 문제있다

입력 2018-12-27 19:12

청와대 직원들이 사용하는 해외 모바일·컴퓨터 메신저 ‘텔레그램’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사태의 블랙홀로 지목되고 있다. 독일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은 메시지 암호화·삭제 기능이 탁월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하더라도 삭제된 데이터의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감반원이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과 자유한국당의 폭로처럼 청와대가 공공기관 임원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거나 보고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 지시나 보고가 텔레그램으로 이뤄졌다면 사실 확인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가 업무 내용의 사후 파악이 어려운 텔레그램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이 교체된 뒤 정책 실패나 불법 행위의 책임소재를 가릴 때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이 26일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 관한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제기하자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은 이틀 동안 전체 컴퓨터 내용을 재조사했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이인걸 전 특감반장의 컴퓨터가 검찰에 압수된 상황에서 나머지 특감반원들이 만에 하나 김 수사관으로부터 비공식 보고를 받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한국당과 김 수사관의 주장은 실체 없는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작 조사해야 할 것은 컴퓨터가 아니라 휴대전화 텔레그램 사용 내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수사관은 환경부 산하기관 블랙리스트 문건을 사진으로 찍어 이 전 반장에게 텔레그램으로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에 대한 청와대 감찰이 시작되기 전날 이 전 반장으로부터 “텔레그램 내용을 지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도 했다. 이 전 반장은 “감찰 시작 전 단체대화방에서 나가달라고 지시하고 확인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텔레그램 내용이 삭제되면서 김 수사관의 특감반 활동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텔레그램은 사정기관 수사 단계에서도 내용 확인이 매우 까다롭다. 검찰 관계자는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서버가 외국에 있어 협조가 쉽지 않고, 휴대전화를 압수해도 디지털 포렌식 조사로 내용을 복원하기가 아주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는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자체 프로그램이나 국내 메신저를 사용했다. 노무현정부 청와대는 시스템상 쪽지 기능을 사용했고, 이후 국내 메신저 프로그램이 보급되면서 청와대에서도 사용됐다. 현 청와대 역시 문자 발송, 화상 통화, 이메일 시스템을 마련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국내 1위 메신저인 카카오톡도 마다하고 텔레그램을 애용하는 것은 현안에 관한 논란이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를 없애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카카오톡은 서버에 일정 기간 대화 내용이 저장되지만 텔레그램은 내용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정부의 카카오톡 사찰 논란이 벌어지면서부터 많은 정치인이 텔레그램을 사용해 왔다”며 “기존에 쓰던 메신저를 사용하는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텔레그램은 2014년 박근혜정부의 온라인 유언비어 단속 강화, 2016년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 비위에 대한 이석수 청와대 특별감찰관의 카카오톡 대화 유출 사건 이후 가입자가 급증했다. 김승주 고려대 교수는 “카카오톡도 한 번 난리를 겪은 이후 보안 수준이 높아졌다”며 “텔레그램을 활용해 외국계 정보기관이 정보를 뽑아낸다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준구 박세환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