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라크의 미군 기지를 전격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크리스마스 기간 연방정부 셧다운(shutdown·일시적 업무정지) 사태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 논란 등 악재 속에서 백악관에 홀로 남아 ‘트위터 폭탄’을 날리며 비판을 자초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이번 깜짝 방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분쟁 지역 미군 부대를 단 한 번도 격려방문하지 않았다는 비난에서 벗어났다. 그로선 이번이 분쟁 지역 첫 방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26일 0시6분(미국시간) 메릴랜드의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했다. 11시간16분을 비행해 바그다드 서쪽 알 아사드 공군기지에 도착해 3시간35분 정도를 머물다가 오후 10시50분쯤(이라크시간) 이라크를 떠났다.
이번 방문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좌관 등 일부 참모, 풀 기자단이 동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를 방문한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 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4차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차례 각각 이라크를 방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여기에 와서 위대한 군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군은 이라크에서 철수할 계획이 전혀 없다”면서 “시리아에서 무언가를 하기 원한다면 이라크를 기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는 시리아와 인접한 국가이기 때문에 미군이 철수해도 시리아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경찰을 계속할 수는 없다”면서 “모든 부담을 미국이 지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세계의 호구(suckers)가 아니다”며 “우리는 더는 호구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흘 연속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인상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군은 전 세계에 나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지도 못한 나라에도 파병돼 있다”면서 “이는 웃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력을 제공하는 우리를 이용하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면서 “그들은 돈을 내지 않는데, 돈을 내야만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경찰론까지 폐기하며 배수의 진을 치면서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장벽을 둘러싼 갈등으로 촉발된 셧다운 사태에서도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셧다운이 얼마나 걸려도 상관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장벽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국가 안전이 필요하다”면서 “남쪽 국경으로 테러리스트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내년 1월 말로 예정된 신년 국정연설을 하기 전에 장벽이 설치된 국경지대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셧다운 사태 와중에 이라크를 방문한 이유와 관련해 “그동안 두어 차례 준비했는데, 사람들이 알아 차려서 보안상의 이유로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이라크에 5000여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와의 만남은 취소했다. 대신 전화 통화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 방문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길에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도 사전 발표 없이 들러 1시간30분가량 머물며 미군 장병들을 격려했다. 일부 장병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새겨진 모자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트럼프, 이라크 미군부대 깜짝 방문… 시리아 철군 비난 재우기?
입력 2018-12-27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