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판도가 바뀐 해였다. 지난 3월 국민예능 ‘무한도전’(MBC)의 종영은 버라이어티가 저물고, 관찰예능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쏟아져 나온 관찰 프로그램에 지친 탓일까. 버라이어티 쇼에 대한 향수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나영석 PD의 리얼 버라이어티 ‘신서유기’(tvN) 시리즈의 성공은 괄목할 만했다. 2015년 짧은 웹예능으로 시작한 신서유기는 시즌3부터 정규 편성되며 가장 ‘핫’한 예능이 됐다. 지난 2일 종영한 시즌6는 오후 10시40분이라는 불리한 편성에도 4~6%(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일부 방송 클립은 재생수 100만회를 넘기며 높은 화제성을 보였다.
포맷은 간단하다. 해외로 간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안재현 송민호 피오 6명이 현지에서 각종 게임을 펼친다. 곳곳에 묻은 ‘B급 정서’가 특별한 묘미다. 퀴즈 ‘고요 속의 외침’이나 코끼리 코 10바퀴를 돌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기상천외한 미션들이 간단없이 이어진다.
신서유기의 활약에는 ‘웃음’에 집중한 전략에 더해 버라이어티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는 “버라이어티는 계속 도전하는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열광할 수 있는 부분을 갖고 있다. 이는 관찰예능이 충족시켜주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토크쇼, 콩트 등의 대안으로 등장한 버라이어티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전성기를 누렸다. ‘1박2일’(2007·KBS2) ‘런닝맨’(2010·SBS)이 대표적이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과 다양한 미션을 보는 맛이 있었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비슷한 게임과 미션이 반복됐고, 프로그램은 겹치기 출연하는 몇몇 프로 예능인으로 채워졌다.
이런 기시감과 피로감을 뚫고 ‘미운 우리 새끼’(SBS) ‘나 혼자 산다’(MBC) ‘전지적 참견 시점’(MBC) 같은 관찰예능이 등장했다.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리얼함’을 극도로 끌어올려, 연예인과 일반인의 삶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관찰예능의 홍수 속에서 방송사들은 다시 버라이어티로 눈을 돌리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9월 종영한 ‘두니아’(MBC)나 넷플릭스의 ‘범인은 바로 너!’는 버라이어티가 베이스였다. 최근 6회로 끝을 맺은 ‘미추리 8-1000’(SBS)도 호응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을 확정지었다. 미추리라는 가상의 마을 속에 숨겨진 단서를 조합해 1000만원을 찾는 스릴러 예능으로, 버라이어티에 추리를 녹여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버라이어티 회귀 현상이 이전의 한계를 극복하는 형태로 이뤄져야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칼럼니스트는 “과거 버라이어티의 쇠퇴는 매너리즘에 빠졌기 때문”이라며 “미추리나 두니아처럼 여러 형식의 결합을 시도하고, 무한도전처럼 도전정신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재충전이 가능한 시즌제도 합리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TV 관찰예능 주춤한 사이, 버라이어티 다시 뜬다
입력 2018-12-31 04:00 수정 2018-12-31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