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돌며 사무실만 골라 물건을 훔친 ‘사무실 전문 털이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지난 10월 말부터 서울과 전남 순천, 전북 전주와 익산 등지에서 총 34회에 걸쳐 새벽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 사무실에 침입해 현금과 상품권, 노트북 등 총 4500만원 상당 금품을 훔친 혐의로 이모(35)씨를 지난 11일 검거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씨의 사전 준비는 철저했다. 먼저 CCTV가 없는 사무실을 물색한 뒤 인근 숙박업소에 투숙했다. 새벽 1시쯤 범행용 검정 옷으로 갈아입고 드라이버나 조명 등 장비를 챙겨 나와 사무실을 털었다. 속칭 ‘빠루’로 불리는 노루발장도리가 사무실 문을 뜯는 데 쓰였다. 범행 뒤에는 숙소로 돌아와 묵은 뒤 원래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고 체크아웃했다. 숙박은 하룻밤을 넘기지 않았다.
이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자 범행 중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항상 현금 결제만 고집했고 이동할 때는 택시만 탔다. 훔친 물건의 처분 경로도 종류별로 확보돼 있었다. 외화는 종로구 예지동에서, 메달 등 패물은 남대문 시장에서, 노트북은 용산에서 파는 식이다. 도난품에는 남북 정상회담 기념주화도 있었다.
이씨는 이전에도 같은 수법의 범행으로 총 14년을 복역했다. 이번 범행은 4년간 복역 뒤 출소하고 약 한 달 만에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의 치밀함으로 볼 때 복역 중에도 범행 방법을 연구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숙박업소 등의 CCTV와 여기 찍힌 택시 번호판, 택시기사의 진술 등을 근거로 추적 끝에 이씨의 거처를 알아냈다. 이씨는 경찰에 쫓겨 왕복 8차로 도로로 뛰어들어 100m쯤 도주하다 붙잡혔다. 검거 직후 경찰에게 “휴대전화도 안 썼는데 어떻게 잡았나”라고 묻는 등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씨는 범행으로 마련한 돈으로 강남구 신논현역 근처에 월세 120만원 상당의 오피스텔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거점을 마련해 장기적으로 범행을 계속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10년 넘게 교도소서 ‘사무실 털이’ 연구… 총 34회에 걸쳐 금품 절도 30대 검거
입력 2018-12-27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