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출난 선수 아니지만… 그간 노력 실력으로 살아나 다행”

입력 2018-12-27 18:56

그동안 식스맨 역할에 주로 머물렀던 가드 이관희(30·서울 삼성·사진)가 프로농구(KBL)에서의 7번째 시즌을 맞아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삼성은 주축들의 부상에 리그 최하위로 처졌지만, 주 득점원으로 변신한 이관희가 있어 중위권 도약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올 시즌 전 경기(27경기)에 출전한 이관희는 27일 현재 경기당 평균 32분53초를 뛰며 평균 14.8득점(3점슛 2.0개)에 4.2리바운드 2.0어시스트 1.7스틸을 기록 중이다. 거의 전 부문에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이관희가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것은 프로 데뷔 이래 처음이다. 득점은 국내선수 중 4위에 해당한다. 최근 3경기 연속 20점 이상을 기록하는 등 컨디션이 호조다. 3점슛은 리그 최정상급 슈터 허일영(고양 오리온·2.1개)에 이어 국내 2위이며 올 시즌 3점슛을 6개 이상 터뜨린 경기도 두 차례 있다.

190㎝의 장신 가드인 이관희는 빼어난 운동 능력을 갖춰 잠재력 높은 선수로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러나 지난 여섯 시즌 동안 2%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돌파와 속공 가담이 좋은 반면 외곽슛이 약하고 경기력 기복이 심했다.

이관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스스로도 슈팅이 부족하다는 걸 느껴 왔다. 비시즌 매일 500~1000개의 3점슛을 쏘는 연습을 했다”며 “시즌 중엔 단순히 많이 쏘기 보다는 하나를 던져도 들어갈 수 있도록 정확도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고교 시절부터 한 시간 먼저 나와 한 시간 늦게 퇴근하는 운동 루틴을 지금도 지킨다고 한다. 이관희는 “제가 특출난 선수는 아니지 않나. 그동안의 노력이 조금씩 실력으로 드러나 기쁘다”고 언급했다.

이관희는 지난 21일 고양 오리온전에 삭발을 하고 나와 개인통산 최다인 29점을 쏟아내며 팀의 5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삭발을 왜 했냐고 묻자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며 “저로 인해 우리 팀 전체가 바뀌길 기대하며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삭발했다”고 답했다.

어느덧 그는 중고참급 선수가 됐다. 개인 성적뿐 아니라 팀이나 동료 후배를 챙겨야 하는 위치다. 이관희는 “그동안 연습한 것들을 올 시즌에는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며 “기회를 받은 만큼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에 많이 뛰지 못하는 후배들과도 얘기를 자주 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은 올 시즌 7승 20패로 리그 10위에 머물러 있다. 이관희의 활약이 팀 승리로 직결되지 않거나 공격횟수가 많은 그에게 비판이 쏠릴 때도 있다. 이관희는 “많이 뛰니까 어려운 상황에서 슛을 넣는 것도 제 몫이다. 기대에 걸맞는 활약, 팀에 도움이 되는 득점을 올릴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은 현재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다. 김태술 김동욱 장민국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슈터 임동섭과 빅맨 김준일(이상 상무)은 다음 달 29일 전역한 뒤 팀에 복귀한다. 삼성이 반전 드라마를 쓰려면 이관희의 오름세가 이어져야 한다. 이관희는 “동료들이 돌아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체력 관리를 잘하고 있으니 동료들이 복귀할 때까지 ‘2인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전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