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압박… 배수진 치고 대응하라

입력 2018-12-28 04:00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흘 연속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강요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우리는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그들은 미국과 미국의 납세자를 완전히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5일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며 우리는 그에 대해 돈을 내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이라크 공군기지를 전격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은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는 없다”면서 “모든 부담을 미국이 져야 하는 상황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돈을 내지 않는다. 이제는 돈을 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흘간 계속된 발언에서 한국을 직접 거론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발언 맥락과 최근 결렬된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감안하면 한국을 겨냥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는 사업가 기질을 십분 발휘하면서 아주 집요하게 동맹국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을 강조한 지 하루 만에 뒤집으며 동맹국들을 압박했다. 동맹국들이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지 않으면 미국은 개입주의 외교노선에서 벗어나 고립주의로 회귀할 수 있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와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방안을 분담금 협상과 연계할 것이라는 불길한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미국 조야에 정통한 한국 외교부의 대미라인도 무너져 분담금 협상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상술’에 말려들면 안 된다. 이번에 분담금을 대폭 올리면 그 역효과가 10차 SMA 적용 기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증액한 금액을 기준으로 차기 협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힘에 밀려 분담금을 큰 폭으로 올리면 앞으로 주한미군 규모를 줄이지 않는 한 계속 엄청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한국 정부는 배수진을 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협상 결렬로 인해 주한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한국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는 방안도 강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