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저임금에 주휴시간 포함, 기업 부담 없다” 강행 방침

입력 2018-12-27 04:02 수정 2018-12-27 12:10

정부가 최저임금 계산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방안을 강행하기로 했다. 반면 재계는 당장 내년부터 큰 부담이 된다며 반발이 거세다. 정부와 재계의 엇갈린 주장의 뿌리는 대법원의 판결에 있다. 정부는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해석해 온 ‘209시간’(주휴시간 포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재계는 대법원의 판결인 ‘174시간’(주휴시간 미포함)을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인식의 차이에서 내년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 여부가 갈리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제3차 경제활력 대책회의 겸 제23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금번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핵심은 지난 30년간 노사가 받아들이고 산업현장에서 일관되게 적용돼온 월 209시간 시급환산기준을 그대로 시행령에 명료하게 반영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해온 방식대로 법정주휴수당이 포함된 최저임금을 209시간으로 시급환산하자는 것인 만큼 기업에 추가 부담을 지우는 것은 전혀 없으며, 최저임금이 더 인상되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최저임금 시행령의 수정은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반면 이번 시행령으로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재계의 반발은 거세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재계의 주장은 누가 맞는 걸까.

이번에 문제가 된 시행령은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계산식이다. 정부는 시간당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볼 때 월급(분자)을 근로시간(분모)으로 나눈다. 이때 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할 것인지가 이번 시행령의 핵심이다. 주휴시간(통상 일요일)은 근로자가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는 일하지 않아도 근무한 것으로 보는 시간이다. 주휴시간엔 일하지 않아도 하루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고용부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월급엔 주휴수당이 포함된 임금을 넣고, 근로시간에도 8시간인 주휴시간을 넣어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했다. 주휴시간을 포함한 월 근로시간은 209시간이다. 이번 시행령은 209시간 관행을 법적 제도의 틀로 끌어올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선 그동안 해왔던 것을 시행령에 명시한 것뿐이다.

재계는 어떨까. 정부 관행이 아닌 대법원 판결을 내밀고 있다. 대법원은 그동안 정부 관행과 다른 판결을 내놨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정부가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할 때 분모에 주휴시간을 넣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 판단에 따르면 근로시간은 174시간(주휴시간 제외)이 돼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수용하면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월급은 고정한 채 근로시간이 줄면 시간당 최저임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업은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외면한 채 관행을 이어가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내년엔 2년 연속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올라 시간당 최저임금을 위반할 수 있는 회사들이 늘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재계 반발을 고려해 약정주휴시간(일요일 외 노사가 합의한 주휴일로 보통 토요일)과 관련 수당은 분모와 분자 모두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토~일요일 연속 주휴시간을 주는 회사는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대안은 될 수 없다.

연봉 5000만원인 최저임금 미달 직장인 발생도 주휴시간과 연관이 있다. 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이 포함되면 시간당 최저임금이 오를 수 있다. 다만 고액 연봉자의 최저임금 미달 사태는 주휴시간 보다 각종 수당과 상여금 영향이 더 크다.

최저임금 계산식의 월급에는 상여금과 교통비 등이 빠지는데, 분모는 늘어나는 반면 분자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작아지면서 최저임금 미준수 직장이 되는 것이다. 기본급보다 각종 수당이 많은 기형적인 임금 체계가 근본 원인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시행령을 강행하는 대신 9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월 평균보수 190만원 미만 근로자였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요건을 내년엔 210만원 이하(최저임금 120%) 근로자까지 확대한다. 사회보험료 지원 두루누리사업(1조3000억원)과 근로장려금 확대(4조9000억원)도 추진한다. 정부는 최저임금제도 개편안도 내년 1월에 마련하기로 했으며, 주52시간 근로시간 계도 기간도 탄력근로제 입법까지 연장할 방침이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