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업무가 재개된 26일 오전(현지시간)부터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따른 업무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공무원들은 일터에 복귀하지 못한 채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갔다.
미 연방정부 9개 부처(재무부 법무부 국무부 상무부 내무부 국토안보부 교통부 농무부 주택·도시개발부)와 공항, 국립공원 등의 공무원 약 38만명은 이날부터 무급휴가에 들어갔다. 연방정부는 지난 22일 셧다운 이후 공무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 셧다운 직후 시작된 크리스마스 연휴로 당장 큰 여파는 없었지만, 연휴가 끝나면 공무원들의 업무 공백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국방·치안 등 필수공무 담당 직원 42만명은 셧다운 해결 이후 임금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셧다운 여파는 연휴 기간에도 확인됐다.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에는 워싱턴의 명물 ‘백악관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가 꺼졌다. 평소라면 쉽게 보수했겠지만 셧다운 여파로 수리 예산이 없었다. 연방정부는 국립공원재단(NPF)이 낸 기부금을 사용한 뒤 이날 밤늦게야 트리를 재가동했다. 미국 전역의 국립공원들도 연휴 내내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내무부가 2만1000명에 달하는 국립공원 관리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탓에 가이드 투어 등이 취소됐다.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주요 프로그램은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럼에도 의회가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통과시키지 않으면 셧다운은 계속될 것이라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연방정부가 언제 문을 열지는 말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장벽을 갖지 않으면 (정부)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된 공무원들에 대한 질문에는 “많은 공무원이 국경장벽 예산을 얻어낼 때까지 버티라고 내게 말했다”고 답변했다.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특히 미 국경순찰대가 억류했던 과테말라 출신 8세 소년 펠리페 고메스 알론소가 감기와 발열 증상을 호소하다가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 새벽 숨지면서 셧다운의 원인이 된 국경장벽 자체에 대한 시각이 차가워지고 있다. 지난 8일 국경순찰대에 구금돼 있던 과테말라 출신 7세 소녀가 목숨을 잃은 이후 이달만 두 번째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매우 슬프다”며 관계 당국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민자와 망명자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적절한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두 아이의 죽음이 트럼프 행정부 이민정책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억류된 불법이민 어린이 전원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CBP는 미 국방부와 보건복지부로부터 어린이 의료 지원을 받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셧다운, 시리아 철군 발표 등은 모두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방침으로, 2020년 재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헌신적인 지지층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며 “그의 재선 구호는 ‘나는 공약을 지켰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셧다운 대란 본격화… 트럼프 “장벽 예산 없인 해제 없다” 고수
입력 2018-12-26 19:15 수정 2018-12-26 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