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방위비 분담론 쏟아낸 트럼프, 한국에 직접 압력 행사 가능성

입력 2018-12-27 04:00 수정 2018-12-27 17: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해외에 주둔 중인 미군 장병들과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동맹국들이 더 많은 방위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거듭 압박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동맹국들은 방위비를 더 많이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 이어 방위비를 보조금으로 표현하면서 “우리가 불이익을 보면서 부자 나라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백악관에서 해외 근무 장병들과 가진 화상 통화에서 “우리는 세계경찰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나라들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역대 대통령도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면서 “이 점이 나와 전임 대통령들을 다소 차별화시키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잠잠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연속 방위비 문제를 거론하면서 동맹국을 압박한 것이다. 그는 전날엔 트위터에 “우리는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들은 미국과 미국의 납세자를 완전히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그 대상국으로 한국과 일본을 빼놓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엔 ‘세계 경찰론’까지 들고 나오며 동맹국 압박 강도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나라들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던 그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세계경찰을 들고 나선 것은 미국의 보호막에 있는 동맹국들이 비용을 제대로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동맹을 중시하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라는 브레이크가 사라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동맹국 방위비 인상은 그의 오랜 소신이었다. 동맹과 안보 문제를 돈으로 바라보는 사업가적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틀 연속 방위비를 ‘보조금을 주는 것(subsidizing)’으로 표현한 것도 증거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타결이 사실상 무산된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과 관련해 한국에 직접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일방주의를 천명하면서 동맹국을 압박할 때 제동을 걸었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은 부유한 동맹국이 미국을 이용한 것을 문제로 보지 않았다”고 그를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북아 정세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주한미군 철수도 쉽게 입에 올린다. 그래서 한·미 방위비 협상에 진척이 없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전략적 중요성이 큰 한국이나 유럽 등 동맹을 돈 문제로만 대하는 것은 미국 안보에 해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