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6일 청와대 민정수석 산하 반부패비서관실과 청와대 특별감찰반 사무실에 있는 사건 관련 자료를 압수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 배당 닷새 만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신속한 수사 요구 및 일각의 ‘봐주기 수사’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여민관에 있는 반부패비서관실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위치한 특별감찰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검사 및 수사관들은 연풍문에서 청와대 관계자에게 영장을 제시한 뒤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특별감찰반 소속으로 일했던 당시 생산한 첩보 문건, PC 하드디스크 등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받았다. 검찰은 청와대 경내를 수색하지는 못했다. 검찰 수사는 지난 20일 한국당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 4명을 민간인 사찰 혐의(직권남용 등)로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이같이 이뤄진 이유는 청와대가 군사보안시설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는 군사보안시설”이라며 “압수수색영장 집행이 임의제출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검찰과 청와대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사건 배당 닷새 만에 청와대 자료 압수를 전격 진행한 배경에는 ‘봐주기 수사’ 우려가 있었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당 등 야당과 김 수사관 측은 증거인멸을 우려해 청와대를 상대로 신속한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 청와대 측에서 김 수사관의 첩보 보고서를 대부분 폐기했다고 밝히면서 증거인멸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런 수사에는 신속한 자료 확보가 우선”이라며 “‘텔레그램’ 등 디지털 증거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삭제될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청와대로부터 확보한 압수물을 통해 김 수사관의 첩보 보고서 생산 과정을 우선 면밀히 파악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는 김 수사관의 보고서들이 ‘윗선’인 이인걸 전 특감반장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의 지시에 의해 생산됐는지가 핵심이다. 또한 보고서들이 조국 민정수석, 임 비서실장 등에 보고됐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김 수사관에 대한 공무상 비밀누설 사건을 배당받은 수원지검도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검 감찰본부는 27일 김 수사관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확인된 위법 행위에 대해 징계요청 및 수사 의뢰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야당은 검찰 수사를 우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김도읍 한국당 특별감찰반 진상조사단장은 “검찰이 요청한 자료는 청와대가 모두 내줘야 할 것”이라며 “청와대는 자신들에게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료 제출이 제대로 안 돼 수사가 미진하거나 부진할 때는 특검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동성 박세환 기자 theMoon@kmib.co.kr
檢, ‘민간인 사찰 의혹’ 靑 압수수색… 경내는 진입 못해
입력 2018-12-2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