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칸막이 없애 필수인력 확보… ‘아래로부터의 혁신’ 빛났다

입력 2018-12-26 22:05
김부겸(왼쪽 두 번째)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대강당에서 정부혁신 유공자에 대한 포상을 수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소방청은 2016년 11월 중앙119구급상황관리센터를 새로 구축하면서 전문의 4명을 채용할 수 있는 정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공개채용 시험을 5번 진행했지만 단 1명의 전문의도 채용하지 못했다. 병원 근무보다 낮은 연봉인데다 의사경력이 단절된다는 우려 때문에 전문의들이 지원을 꺼려했다.

소방청은 의료취약지역 의료기관에 의사인력을 파견하는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의료지원정책을 행정기관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인사혁신처는 전례가 없던 행정기관·공공기관 간 인사교류를 추진하며 법령을 유연하게 적용해 이를 승인했고 교육부는 교류 전문의 수만큼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를 2명 증원했다. 그 결과 이선영 교수와 박정호 교수가 중앙119구급상황관리센터를 이끄는 센터장으로 임명됐다. 이선영 센터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소방청에서 구급정책 발전에 기여하면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문재인정부의 정부혁신 추진과 확산에 기여한 개인을 포상하고 올해 혁신성과를 공유하는 ‘정부혁신 유공포상 및 담당관회의’를 개최했다.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 대통령상(대상)을 받은 소방청과 서울대학교병원 사례처럼 부처 간 협업과 정부 내 칸막이 제거를 통해 국민 신뢰를 높인 정부 혁신 우수 사례들도 공개됐다.

단순한 시도처럼 보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올해 정부 혁신 방향은 큰 차이가 있다. 업무와 혁신을 분리하지 않고 기관 협력을 통한 혁신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이다. 혁신의 주체는 국민이 됐고, 다수의 국민과 현장 공무원이 주도하는 ‘아래로부터의 혁신’이 진행됐다. 효율과 성장 위주였던 정부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안전과 인권·환경 등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뒀다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스마트 검침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독거노인 생활 모니터링에 나선다는 내용으로 정부혁신 사회적가치 부문 국무총리상(은상)을 수상했다. 검침원이 방문하면서 물 사용량이 없는 노인의 건강이상을 확인하고 누수 수리나 생활·건강지원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수탁 운영 중인 지방상수도 사업장이 주로 농촌지역에 위치한 만큼 고령화로 인한 독거노인의 위기 상황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행안부는 이날 정부혁신 추진체계를 확립한 공로로 김병섭 서울대 교수에게 청조근정훈장을, 김호기 연세대 교수에게 황조근정훈장을, 박성호 경남도 행정부지사에게 홍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한국투명성기구 이상학 상임이사는 국민포장을, 이향수 건국대 교수는 근정포장을 받는 등 총 36명에 대한 포상이 이뤄졌다.

내년도 정부 혁신 추진 방향도 공개됐다. 행안부는 올해 정부혁신 추진 기반을 마련하는데 주력했다면 내년에는 혁신 성과가 국민 생활 속에서 구체화될 수 있도록 체감형 정부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서비스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국민 불편사항을 사전에 해결해주는 선제적 서비스도 추진한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정부혁신은 대한민국 미래비전인 포용국가를 뒷받침하는 핵심적이고 실천적인 수단”이라며 “앞으로 해묵은 제도와 관행을 바꿔 국민 삶을 나아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