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내년 전망, “2019년은 세계 경제가 고통을 절감하는 해”

입력 2018-12-27 04:00

미·중 무역전쟁의 후유증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2018년이 미·중 양국이 벌인 무역전쟁의 해였다면, 2019년은 세계 경제가 그 고통을 절감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25일(현지시간) 예상했다.

구체적으로는 미·중 간 무역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 고조로 교역량 감소와 수요 위축, 성장 둔화를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중 양국은 ‘90일 휴전’을 맺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미 고율의 관세 부담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 카메라·드론 제조업체 고프로는 우선 내년 여름까지 중국 내 생산기지 대부분을 다른 지역으로 옮길 계획이다. 고프로 외에 다른 정보통신(IT) 업체들도 탈(脫)중국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물류업체 페덱스는 최근 수익 예상치를 하향조정하고 국제 항공운송 물량을 감축했다.

구슬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미국 업체 디핀다트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3년을 노력한 끝에 지난 6월 상하이에 매장 두 곳을 열었다. 이 업체는 내년 5월까지 중국 매장 10곳 개장 목표를 세워두고 있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관세 폭탄을 맞게 됐다. 디핀다트는 미·중 협상이 결렬될 경우 중국 진출 계획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무역전쟁의 악영향은 통계 수치로도 나타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올해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가 6%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 증시 하락으로 인한 기업 가치 손실은 2조 달러(약 2253조원)나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교역 증가율은 지난해 5.2%에서 올해 4.2%로 감소했다. 내년에도 4%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도 무역전쟁의 여파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기계산업협회(VDMA)는 독일 기계 부문 생산량이 올해 5% 증가해 2011년 이래 최고액인 2280억 유로(약 293조원)를 기록했지만, 내년에는 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산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도 불안 요인이다.

관건은 미국과 중국이 협상 시한인 내년 3월 1일까지 돌파구를 마련할지 여부다. 미·중 무역전쟁이 종식된다면 세계 경제에 부담을 주던 악재들은 단번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인과 분석가들은 이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스콧 피셔 디핀다트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인 입장에서 문제는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는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선 사업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