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대학 안양대, 대순진리회에 넘어가나

입력 2018-12-27 00:02
정문에서 바라본 안양대학교 전경. 최근 안양대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우일학원은 대진성주회 연관 단체 관계자들을 연이어 이사로 선임했다. 안양=송지수 인턴기자
지난 24일 신학대 학생과 교수, 동문을 주축으로 결성된 비상대책위원회의 성명서. 안양=송지수 인턴기자
기독교 대학인 안양대의 이사회가 포교 방식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순진리회에 학교를 매각하기 위해 이사진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학교법인 우일학원(이사장 김광태)은 지난 8월 재단 이사 2명을 대진성주회(대순진리회 성주 분파) 소속 문모씨와 허모씨로 교체했다. 문씨는 대진성주회가 운영하는 경북 성주 가야호텔 대표, 허씨는 대진교육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우일학원은 지난 17일 김모씨와 이모씨 등 2명의 이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김씨와 이씨는 각각 대진성주회가 운영하는 중원대 총장 직무대행과 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 신임 이사에 대한 교육부의 승인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전체 이사 9명 중 4명을 대진성주회 측 인물로 교체한 것인데, 그동안 학교 매각 의사를 밝혀 온 김광태 이사장까지 포함하면 매각에 필요한 이사 정족수(6명)에서 1명만 모자란 상황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신학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신학대 학생 및 교수, 동문회 등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조직됐다. 왕현호 신학대 학생회장은 “사회적 물의를 빚는 대순진리회 계통의 종파에 재단을 넘기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신현광 안양대 교목실장도 “사이비 종교로 인식되는 종파 인사들이 기독교 학교 이사진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교단과 학교에 엄청난 타격”이라고 우려했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은규 전 안양대 총장은 “학교 이사회는 2010년 태백의 폐광부지 2만7458㎡(8300평)를 공시지가의 몇 배인 54억원에 매입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면서 “대순진리회가 요즘 태백을 성지화(聖地化)하려 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이런 게 맞물려 있던 게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70년 역사를 지닌 안양대를 졸업한 목회자만 수천명인데 대순진리회가 학교를 인수하면 그 학교 동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면서 “정관 1조에 나오는 기독교정신에 맞지 않는 이사들을 선임했으니 직무정지가처분 신청 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대신(총회장 안태준 목사)에서도 여론이 들끓고 있다. 조강신 예장대신 총무는 “학교 매각 작업이 그동안 치밀하게 진행돼 온 것 같다”면서 “대순진리회가 목회자들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신학교를 접수하는 문제라서 교단에선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조 총무는 “사학비리 의혹도 있는 만큼 이번 사태는 관선이사 파송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법인이 달라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허가권을 지닌 교육부의 승인절차를 밟아야 한다”면서 “학내 구성원과 합의되지 않았다면 절차가 까다로워질 것이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사회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김 이사장은 미국에 머무르고 있어 통화가 되지 않았다.

황윤태 백상현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