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새해 첫 예배에서는 보통 성찬식이 진행된다. 새해를 맞이하는 성도들에게 성찬식을 통해 신앙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성찬식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상징하는 떡과 포도주를 나누는 예식을 통해 신앙을 고백한다. 대부분 교회는 새해 첫 성찬을 위해 이맘때쯤 포도주를 준비한다. 유럽의 경우 시중에서 판매하는 성찬식용 와인을 구입하는 게 대중화됐지만 한국교회는 와인과 주스 사이를 오간다. 술을 금하는 한국교회 정서를 감안하기 때문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경우 헌법에 “성찬의 성물은 떡과 포도즙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교단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기독교대한감리회도 떡과 포도주라는 성경말씀에 따라 포도주와 주스를 교회별로 준비한다. ‘떡과 포도즙’이라는 것만 지키면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성경에서도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등에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마신다”고 돼 있다. 포도로 만든 음료면 술이든 주스든 모두 가능하다고 해석된다.
이에 따라 포도주를 사용하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포도주스로 대체하는 교회도 있다. 교인들이 많지 않은 경우 성찬식 당일 아침, 포도를 직접 갈아 사용하기도 한다. 이 같은 다양성 때문에 미국의 감리교 목사이자 치과의사였던 토머스 웰치는 1869년 직접 성찬용 포도음료를 만들었다. 이는 훗날 ‘웰치스 포도주스’가 됐다.
서울 영락교회는 성찬 포도주를 직접 담근다. ‘성찬준비 포도주팀’이 따로 구성돼 포도와 설탕 구입부터 포도 손질 등 전 과정을 세심히 관리한다. 성찬 포도주를 만드는 노하우는 팀장에게만 구전으로 전해진다. 이 교회 교인들은 “성찬주가 달았다”고 기억한다. 장덕진(48) 집사는 “포도향이 진하고 매우 달다”면서 “교회가 가진 오랜 전통인데 더욱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성찬에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위임목사)도 성찬 포도주를 직접 만든다. 성찬떡도 직접 빚는다.
성찬용 포도주를 구입해 사용하는 교회들도 있다. 군부대 교회 등이 대표적이다. 포도주가 보급품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군인 교회는 포도주보다 포도주스를 선호한다. 한 군목은 “민간교회들이 대부분 포도주스를 사용하는 만큼 군 교회도 보조를 맞추는 차원에서 포도주스를 사용한다”면서 “사실 음주를 금하고 있는 한국교회 정서상 알코올이 든 포도주를 사용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알코올이 들어간 포도주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은 “실제 단주 중이던 알코올 중독자가 성찬 때 포도주를 마신 뒤 다시 술을 마시게 된 일이 있었다”며 “교회가 성찬주를 정성껏 담근 뒤 사용 전 한 번 끓여 알코올을 증발시킨 뒤 사용하면 좋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새해 성찬예배에 포도주 올릴까, 포도즙 올릴까
입력 2018-12-2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