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자기 팀의 전력을 강화할 수 없다면 타팀의 전력 강화를 막는 것이 당연한 곳이다. 하지만 그런 프로세계에서도 선수들의 앞날을 위한 ‘길 터주기’ 트레이드가 없지 않아 훈훈함을 안기고 있다.
“앞길을 열어줘야 한다. 내 욕심 때문에 선수를 망칠 수는 없다”
이상범 원주 DB 감독이 25일 전주 KCC와의 경기에 앞서 같은 날 부산 KT로 트레이드된 가드 최성모(24)에 대해 남긴 말이다. DB는 이날 KT에 최성모를 내주고 정희원과 김우재를 받아오는 1대 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 감독은 이어 “내년에 군대도 가야하는데 최대한 많이 뛰어야한다. 여러 가지로 성모에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B의 전력 강화에 크게 의미 있는 트레이드는 아니었다. 상대로부터 2명의 선수를 받은 것도 최성모의 연봉이 많아 샐러리캡 차원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었을 뿐이다. 오히려 기량에 비해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하던 최성모의 활로 찾기 성격이 강했다. 최성모는 올 시즌 17경기에 출장해 평균 2.6득점 0.6어시스트를 올렸다. 눈에 띄는 기록은 아니지만 경기당 평균 7분51초만 뛰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쁜 성적이 아니다.
주전 포인트가드 허훈이 부상에서 복귀하는 내년 1월 중순까지 최성모는 KT에서 귀중하게 쓰이는 선수가 될 전망이다. 아직 젊은 나이라 성장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KT는 15승 11패로 2위에 올라 있는 팀이다. 어느새 13승 14패로 6위에 오른 DB 입장에서는 ‘통 큰 결정’이라는 평을 받을 만하다.
선수가 많은 한국프로야구(KBO)에서는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달 23일 외야수 조용호(29)가 SK 와이번스에서 KT 위즈로 무상 트레이드됐다. 조용호는 올 시즌 2군 리그에서 타율 0.321 27타점 14도루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성적을 보였다. 이숭용 KT 단장은 “빠르고 컨택 능력이 우수한 좌타 외야수”라며 “이런 트레이드에 합의해 준 SK에 감사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2016시즌을 앞두고 넥센 히어로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향한 서동욱(34)은 KBO 역대 가장 성공적인 무상 트레이드 사례로 꼽힌다. 서동욱은 친정팀인 KIA로의 복귀 첫 시즌 0.292의 타율에 16홈런으로 핵심 하위타선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에도 내야의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0.282의 타율에 7홈런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에 공헌했다. 지난 2월 FA를 선언했다 원소속팀인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한 뒤 NC 다이노스로 넘어간 최준석(35)도 트레이드 덕에 1군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냉혹한 프로지만 ‘길 터주기’ 통큰 온정 있다
입력 2018-12-26 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