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선교 방식 넘어 일터에서 제자를 찾다

입력 2018-12-28 17:59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며 제자화 사역에 주력하는 9개 지역의 웨이처치 공동체가 지난 4월 부활절예배를 드린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웨이처치 제공
웨이처치 대표 송준기 목사가 지난 26일 인천 서구 승학로 ‘검암동 커피방’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송지수 인턴기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있다. 크리스천은 가정과 일터 등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올 한 해 하나님이 허락하신 곳에서 얼마나 제자답게 살았는가.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는 웨이처치(대표 송준기 목사)는 성도수보다 ‘내가 몇 명을 제자화 했느냐’를 중요하게 여긴다. 현재 서울과 인천 수원 대구, 미국 LA 등에서 제자화 사역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6일 인천 서구 검암동 승학로 ‘검암동 커피방’. 모던한 분위기로 꾸며진 커피방에는 유모차에 누워있는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엄마들이 많았다. 바리스타로 일하는 송준기(41) 목사는 엄마들에게 귤과 쿠키를 건네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커피방에선 송 목사를 비롯해 인천 검암동을 기반으로 한 ‘웨이처치 검암’에 소속된 성도 8명이 바리스타로 일한다. 송 목사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동네 주민들을 직접 만나고 선교적 교회의 의미를 찾기 위해 지난달 오픈했다”면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성도 중엔 경력이 단절된 어머니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커피방은 웨이처치 검암의 성도들이 함께 기도하면서 열었다. 커피방 보증금은 익명으로 헌금한 성도들의 헌신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 성도들은 커피방에 필요한 가구와 물품들을 자발적으로 가져왔다.

송 목사는 “검암동 커피방은 제 이름으로 사장 등록을 했지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구조”라며 빙그레 웃었다. “검암동 커피방처럼 학원과 정비소 등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선교적 교회 사역을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음전파는 목사·선교사 전유물 아냐

송 목사가 선교적 교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95년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여름수련회에 갔을 때다. CCC 전 총재인 고 김준곤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서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일이 목사와 선교사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학생인데 어떻게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교회와 선교를 따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함께 연결시키는 부분 등 선교적 교회와 제자의 삶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교회와 선교가 함께 이뤄지려면 삶의 현장에서 선교를 진행하는 성도들을 교회에서 지원하고, 여러 사람들과 재원 등을 연결시키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프로그램이 없는 교회를 소망했다. 교회 내부를 위한 행사가 많을 경우 성도들이 교회 일에 치이고 에너지를 소진할 가능성이 많았다. 송 목사는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훈련시켜서 이들이 또 다른 제자를 만들도록 지원하는 게 선교적 교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도 제자 키우는 ‘웨이처치’

송 목사는 2011년 11월 지인들과 이 같은 사역의 비전을 나눴다. 이듬해 1월 서울 홍대 근처에서 5명과 함께 모임을 시작했다. ‘웨이처치 홍대’는 이렇게 시작됐다. 매주 마태복음을 읽고 예수님의 명령을 한 주에 한 개씩 실천했다. 예를 들어 송 목사가 예수님이 회개에 대해 말씀하신 본문을 갖고 설교하면, 성도들은 일주일 동안 어떤 죄를 멈추고 회개했는지를 나눈다.

이런 모임을 1년 진행하니 성도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삶 속에서 말씀을 실천하고자 한 대학생은 후배들을 위해 기도했다. 후배 10명을 모아 매일 축구를 하고 홍대에서 10주 간 독서토론 모임을 가졌다. 독서토론이 끝날 즈음 복음을 전했는데 10명 중 3명이 예수님의 제자로 살기로 했다.

이렇게 헌신한 네 명의 청년이 홍대뿐 아니라 이태원에 가서 방황하는 영혼들을 전도하기 시작했다. 2년 반 사이 예수님의 제자로 살기를 결단한 이가 4명에서 11명으로 늘었다. ‘웨이처치 홍대’에 이어 2014년 ‘웨이처치 이태원’이 생겼다. 11명 중 6명이 이태원으로 이사할 정도로 제자 사역에 열정을 보였다. 마치 선교사가 선교지로 직접 이주한 것처럼 말이다.

이 같은 웨이처치의 제자화 사역은 다른 지역에서도 진행됐다. ‘웨이처치 검암’은 2012년 6월 시작됐다. 송 목사 가정은 그 즈음 인천 검암동으로 이사했다. 송 목사의 아내는 매일 딸의 유치원 차를 기다리며 동네 엄마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자녀교육 등을 이야기하다 친분을 쌓았다. 성경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한 엄마를 집으로 초대했고, 아이들의 성경 공부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하나님을 영접한 아이들이 가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 일어났다. 두 명의 어린이를 전도한 것을 시작으로 지역주민 60여명이 제자화 되는 놀라운 일이 생겼다.

지역과 상황 등에 따라 웨이처치의 사역은 확장되고 있다. 홍대 이태원 검암 등 9개 지역에 있는 웨이처치에서 목회자들이 성도들의 제자화 사역을 지원한다. 웨이처치의 행정 대표를 맡은 송 목사는 ‘웨이처치 검암’을 맡고 있다. 한 사람을 전도해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고, 그 제자가 또 다른 사람을 제자화하는 식으로 3세대가 이뤄지면 웨이처치의 멤버십을 갖게 된다. 그렇게 4세대 제자화를 이루면 별도의 주일예배를 드릴 수 있는 독립적인 조건을 가질 수 있다. 보통 한 지역의 웨이처치 핵심 인원은 10~12명이다. 일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웨이처치의 제자화 사역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인천=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