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편히 드나들도록 도서관·카페·놀이터 출입구 따로

입력 2018-12-27 00:00
이형로 만리현성결교회 담임목사(가운데)와 박순례 목사(오른쪽 두 번째), 새가족반 성도들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의 교회 새가족실에서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만리현성결교회의 새 성전.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 용산구 만리현성결교회(이형로 목사)는 효창공원에서 200여m 거리의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구도심 주택가 복판에 세워진 비대칭 형태의 교회는 유람선 모양을 닮았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독특한 형태의 교회 건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꿈꾸는 땅’이란 이름의 도서관이 나온다. 규모는 작지만 신앙서적뿐 아니라 각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채워져 있다. 도서관 한 층 아래에는 ‘이야기꽃밭’이란 카페가 있고 바로 옆엔 어린이 실내놀이터 ‘푸른 초장’이 있다. 세 곳 모두 예배당과 별도의 출입구로 드나들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교회 형태는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한 것으로 ‘만리재 고갯마루에서 오대양 육대주로 복음을 전하는 구원의 방주’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교회 내 도서관과 카페, 실내놀이터도 의도적으로 예배공간과 분리한 겁니다. 교회를 안 다니는 지역주민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지난 19일 이 교회에서 만난 이형로(66) 목사의 설명이다. 그는 1994년 9대 목사로 부임해 올해로 24년째 목회 중이다. 이 목사는 “현 성전은 지난달 완공한 것으로 곳곳에 교회론과 목회철학을 녹여냈다”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가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앞으로 지역사회뿐 아니라 다음세대와 소통하는 교회가 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총회장 윤성원 목사) 소속인 만리현성결교회는 86년 전인 1932년 김유연 전도사와 몇 명의 성도들이 현 위치의 천막집에서 예배를 드리며 시작됐다. 노방전도로 지역 주민이 점차 모여들면서 그해 예배당을 건축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교회 창립자들은 고난을 겪었다. 벽돌을 직접 나르며 첫 교회당을 지었던 김정용 장로는 신사참배를 거부해 일경에게 고문을 당하고 20여일간 옥고를 치렀다. 교회를 세운 뒤 목사가 돼 신공덕동교회 담임으로 부임한 김유연 목사는 6·25 전쟁 때 납북됐다.

교회가 지역사회와의 소통 및 교회교육과 가정사역에 집중하게 된 건 이 목사의 공이 크다. 기성 총회 교육국 간사를 지냈을 만큼 부임 전부터 교회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직접 주일학교 교재를 집필하며 교회교육 및 제자훈련을 강조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만의 신앙교육에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자녀 신앙교육은 모두 교회 주일학교에 달린 것으로 생각했던 시기였지만 인식을 전환키로 했다. 교회가 부모를 교육해 자녀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교육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를 위해 자녀 연령대에 맞는 성도끼리 구역을 꾸렸다. 교회학교 교사도 소속 부서 연령대 자녀를 둔 성도가 맡게 했다. 부모와 자녀가 같은 교육부서에서 함께 성경을 배우는 이 방식은 5~6년이 지난 현재 가정예배가 활성화되는 등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재적 성도 2400여명, 출석 성도 1000여명 규모로 성장한 교회는 다음세대 및 지역주민 맞춤형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다음세대 교회교육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파트타임 목회자를 두던 교육부서에 풀타임 전임자를 뒀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방과후교실 과목을 체육 음악 인성교육 등 으로 다변화해 신앙과 전문성을 동시에 기를 수 있게 했다. 교회 인근에 숙명여대 서강대 등 대학도 여럿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숙형 학사도 운영 중이다.

건축으로 교회 공간이 모자라 운영이 중단됐던 어르신 대상 ‘면류관 예배’도 곧 재개할 예정이다. 교회 주변에 7개 경로당이 있을 정도로 어르신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만들어진 예배로 매주 수요일 국악풍의 찬양과 교양강연이 펼쳐진다. 이 목사는 “성전 건축 후 교회의 모토는 ‘좋은 교회를 넘어 위대한 교회’가 되는 것”이라며 “다음세대와 지역사회, 나아가 민족과 세계를 품고 섬기는 사역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성지 순례길처럼 꾸민 교회공간 걷다보면 구원의 감격 느껴져

지난달 완공된 만리현성결교회의 새 성전(사진)은 지상 4층, 지하 3층에 8854㎡(2678평) 규모로 지어졌다. 성도들의 헌금만으로 건축비용을 감당해 부채를 지지 않았다.

교회 공간을 ‘성지 순례길’처럼 꾸민 것도 특색 있다. 교회는 모든 예배·교육공간에 성경에 등장한 지명 및 용어에서 따온 이름을 붙였다. 대예배실은 ‘약속의 땅’, 소예배실은 ‘마가의 다락방’, 기도실은 ‘겟세마네동산’ 식이다. 여기에 30여개에 달하는 소그룹실은 아예 엔케렘, 베들레헴, 갈릴리 등 성지순례 코스 속 지명을 붙였다. 각 공간에는 지명에 맞는 설명을 붙여 교회 공간을 한 바퀴 돌기만 해도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교회 안 성지순례길’은 십자가탑을 교회에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십자가탑은 새 성전 모양이 방주라는 데 착안해 십자가에 돛과 닻을 다는 형태로 세워진다. 주님의 재림 전 온 세계에 닻을 내리고 구원의 복음을 전하겠다는 교회의 의지를 담았다.

이형로 목사는 “성도들이 교회 공간을 따라 걸으며 구원의 감격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며 “교회 안 순례길로 자신의 신앙을 다잡고 선교에 헌신하는 성도들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