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빈층 구원투수로 역부족… 기초연금 딜레마

입력 2018-12-26 04:03
한국의 극빈층인 소득 하위 20%의 평균 연령은 65.7세다. 나이듦이 곧 가난이 되는 시대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최대 40만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매월 노인들 손에 현금을 쥐어주는 기초연금은 양극화 해소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

다만 기초연금 제도엔 허점이 있다. 약 43만명 극빈층 노인은 정작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때문에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 이는 기초연금의 노인 빈곤 해소 효과를 약 3% 떨어뜨리고 있다. ‘기초연금 딜레마’부터 해결하자는 주장이 거세다.

정부는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의결했다. 종합운영계획엔 국민연금을 4가지 형태로 개편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중 두 번째 방안은 국민연금제도는 현행 그대로 유지하되 기초연금을 인상하는 것이다. 현행 월 25만원인 기초연금을 2022년부터 월 4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현 정부 출범 후 기초연금은 양극화 해소의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수준이 하위 70%일 경우 월 최대 25만원을 주는 제도다. 통계청의 ‘2018년 가계금융·복지 조사’에 따르면 연 1057만원도 못 버는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평균 연령은 65.7세다. 이런 측면에서 기초연금은 고령화로 촉발된 한국의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 7월 현행 25만원인 기초연금을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30만원까지 올리는 방안도 발표한 상태다.

다만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연계는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매년 중위소득(전 국민 가운데 중간에 속하는 소득 수준)을 정한 뒤 이보다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 생계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최저 생계비도 못 버는 빈곤층을 지원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 중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이면서 기초연금 대상자인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두 제도를 중복으로 이용할 수 있는 노인은 약 43만명이다.

정부는 두 제도의 중복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다. 43만명의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받은 만큼 생계급여가 깎인다. 결론적으로 기초연금이 아무리 올라도 총 소득엔 변화가 없다.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일정 기준 미만의 소득을 정부가 보충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의 일종인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만큼 지원액을 깎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임완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의 ‘기초연금 추가 지급에 따른 노인빈곤율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연금 5만원 인상 시 노인빈곤율은 55.7% 감소하는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연계하는 순간 감소 효과가 3.5% 포인트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소득동향 조사에서도 1분위 소득 증가에 기초연금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 배경엔 기초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 노인의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연금의 연계 때문에 1분위 소속 노인들의 가처분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소득 양극화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