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홀로 백악관에… 난 불쌍, 연준은 퍼팅 못해 점수 못내는 골퍼”

입력 2018-12-25 18:51 수정 2018-12-25 21: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식당에서 산타클로스 위치를 묻는 어린이들에게 전화로 답변해주고 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가 매년 성탄절을 맞아 제공하는 ‘산타 위치추적 서비스’ 행사에 참여한 트럼프 대통령은 7살 어린이에게 “아직도 산타 존재를 믿니”라고 말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현지시간) 12개의 ‘트위터 폭탄’을 날렸다. 트위터 글은 불만을 표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비판의 대상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반대하는 민주당,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다양했다.

온 가족이 모여 축복과 사랑을 나누는 성탄 전야에 트럼프 대통령이 남을 헐뜯는 트위터 글을 난사한 데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 언론들은 특히 “나는 홀로(all alone) 백악관에 있다” “불쌍한 나(poor me)” 표현을 쓴 대목에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침울함의 폭풍우를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속사포 같은 편지(트위터)는 깊은 치료가 필요한 고립된 지도자의 초상화”라고 비난을 넘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간 동안 10개의 트위터 글을 올렸다. 그는 국경장벽 예산을 거부하는 민주당 공격에 화력을 집중했다. 압권은 “나는 홀로(불쌍한 나) 백악관에서 민주당이 국경 보안에 합의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글이었다. 다른 글에선 “민주당은 국경장벽 건설을 지지했지만 내가 대선 공약으로 삼자 반대로 돌아섰다”고 비판했다.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촉발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 경제가 가진 유일한 문제는 연준”이라고 타깃을 바꿨다. 이어 “그들은 무역전쟁이나 강한 달러의 불가피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준은 퍼팅을 못해 좋은 스코어를 내지 못하는 힘 센 골퍼 같다”고 일갈했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에 반발해 사퇴한 ‘이슬람국가(IS) 격퇴’ 담당 브렛 맥거크 전 특사도 과녁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이란 핵 합의의 일부로 항공기에 현금 18억 달러를 실어 이란에 보낸 책임이 있다”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이는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른바 ‘동심 파괴’도 감행했다. 그는 산타클로스의 위치를 묻는 7살 아이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산타의 존재를 믿니”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매년 성탄절에 개최하는 ‘산타 위치추적 서비스’ 행사에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아이와의 통화에서는 반대로 산타의 존재를 전제해놓고 “산타가 크리스마스에 무슨 선물을 주겠니”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즐거운 성탄절 보내고 나중에 또 얘기하자”고 덧붙였다. 멜라니아 여사는 한 어린이 전화를 받고 산타가 모로코에 있지만 성탄절 아침엔 어린이 집에 도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는 1955년부터 성탄 전야에 산타 위치를 묻는 어린이들 전화에 답변해 왔다. 역대 대통령들도 참여해 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