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크리스마스이브에 북·미 대화 분위기를 띄우고 나섰다. 최근 미국 고위 관리들이 연일 대북 유화책을 제시한 데 이어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북한이 미국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아들여 대화 테이블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크리스마스이브에 대북 협상 실무진의 브리핑을 받았다”면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다음 정상회담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부보좌관으로부터 보고받는 장면을 담은 사진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비건 대표와 후커 부보좌관이 최근 서울을 찾아 우리 정부 당국자와 협의한 점으로 미뤄 방한 결과 보고가 핵심 현안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 양국은 지난 21일 비건 대표가 참석한 워킹그룹회의에서 남북 철도 연결사업 착공식, 유해발굴,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지원 등 일부 남북 협력사업이 제재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두 사람과 북·미 대화 재개 및 2차 정상회담 개최 논의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북한 관련 업무를 보는 모습을 공개한 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비건 대표 등 핵심 대북 참모들과 회의하는 사진 여러 장을 트위터에 올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을 전격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이번 메시지는 미국 고위 관리들이 북·미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유화 제스처를 내보이는 가운데 나왔다. 비건 대표는 “미국은 북한과의 신뢰 형성을 위해 다른 것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며 추가 조치가 나올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한동안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느긋한 태도를 취했던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국내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진전시켜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미국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책임을 물어 북한이 웜비어 부모에게 5억 달러(563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베릴 하월 판사는 “북한은 거짓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웜비어를 야만적으로 고문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웜비어에게 유죄 판결을 내려 대미 협상카드로 사용하려 했다”고 밝혔다. 북한 측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별다른 답변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북한이 배상금을 지불토록 강제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트럼프 “협상 진전”… 크리스마스이브에 김정은 향해 대화 손짓
입력 2018-12-2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