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가즈요시(51·요코하마 FC)는 ‘도하의 기적’이 있기 직전까지 한국 축구를 벼랑 끝으로 내몬 주인공이었다. 1993년 10월 25일 미국월드컵 최종 예선 한·일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에 0대 1 패배를 안겼다. 그 전까지 월드컵 예선 한·일전에서 진 적이 없었던 한국은 이날 패배로 미국월드컵 자력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월드컵 기록 영상에서나 볼 법한 미우라가 내년에도 현역으로 뛸 준비를 하고 있다. 도하의 기적 당시 일본 대표팀 동료였던 모리야스 하지메(50)가 대표팀 감독이 되고, ‘미우라의 그림자’로 불렸던 전담 마크맨 최영일(52)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에 오를 정도로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자신의 34번째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미우라는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토크쇼에서 “다음 시즌은 한 경기를 풀로 뛸 수 있도록 출전 횟수를 늘리고 싶다”고 밝혔다.
미우라는 올 시즌 J2리그(2부리그) 9경기에 출전했지만 출전 시간 자체는 적었다. FA컵 격인 일왕배 2경기에선 선발 출전해 풀타임에 가깝게 활약했으나 리그 경기에선 자주 모습을 드러내진 못했다. 하지만 86년 브라질에서 프로로 데뷔한 후 J리그 출범(93년) 때부터 뛴 그의 출전 자체가 J리그의 역사가 되고 있다. 미우라는 지난달 4일 후반 추가 시간 교체 투입돼 J리그 최고령 출전 기록을 51세 8개월 9일로 늘렸다. 올 시즌에는 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에 골을 기록해 최고령 골 기록(50세 14일)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까지 괌에서 1차 자율 훈련을 마친 후 다음 달 5일부터 2차 훈련에 들어간다. 다음 시즌 계약 내용은 내년 1월 11일 오전 11시 11분에 발표된다. 미우라는 자신의 등 번호(11번)를 감안해 매년 같은 시간에 계약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토크쇼에서 “저는 순수하게 축구를 매우 좋아한다”며 “그것도 축구를 보거나 지도하는 것보다 직접 뛰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왕년의 ‘안타 제조기’ 스즈키 이치로(45)도 메이저리그 현역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메이저리그 친정인 시애틀 매리너스로 복귀한 이치로는 5월부터 25인 로스터에서 제외돼 구단주 특별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실상 선수로서의 활동을 접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치로는 최소 50세까지는 현역으로 뛰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치로는 지난 23일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린 자신의 이름을 딴 초등학생 야구대회 폐막식에서 “일본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본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내년 3월 도쿄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개막 2연전(시애틀 매리너스-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 출전하고 싶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이치로는 “내년 봄에 대비해 자율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에게 전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계가 없지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 할 수 없다”는 메시지도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미우라·이치로 “내 나이가 어때서…”
입력 2018-12-25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