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이 지난 24일 국무회의 심의, 의결에 따라 확정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둘러싼 진짜 ‘사회적 합의 과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국민연금개혁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가 내년 상반기 개편안을 먼저 검토한 뒤 국회가 이를 다시 논의하게 된다. 내년 하반기나 돼야 개편의 윤곽이 나타날 전망이다.
앞으로 눈여겨볼 포인트는 국민이 부담으로 느끼는 연금 보험료율이 얼마나 오를 건지다. 특히 미래세대가 부담할 보험료율을 놓고 논쟁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확정한 개편안에 따르면 2060년 전후 기금을 다 쓴 뒤 그해 걷어 그해 나눠주는 방식(부과식)으로 바꾸면 이때 일하는 세대는 소득의 3분의 1가량을 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
정부가 의결한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그대로 두는 현행유지 안(①안)과 현행유지에 기초연금만 40만원으로 올리는 안(②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각각 45%와 12%로 인상하는 안(③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50%, 13%로 올리는 안(④안) 네 가지다. 이를 적용했을 때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은 ①안과 ②안이 2057년, ③안이 2063년이다. ④안은 ③안보다 1년 빠른 2062년이다.
기금 소진 후 연금제도를 지속하려면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독일과 스웨덴, 영국 등이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국무회의에 맞춰 발표한 개편안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숫자가 있다. 이른바 ‘더 내고 더 받는’ 세 번째와 네 번째 안으로 시행하면 기금 소진 뒤 부과방식 전환 시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율이 소득의 31.3~33.5%까지 오른다는 점이다.
③안의 경우 2063년 기금이 소진돼 부과식으로 전환하면 이때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소득의 31.3%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④안이 채택돼 기금이 2062년 소진되면 보험료율 부담이 소득의 33.5%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5일 “앞서 추계 내용을 밝히지 않은 건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을 고려하지 않을뿐더러 국가가 그때까지 손 놓고 있다가 그런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연금 관련 추계는 모두 수리적 계산”이라며 “복지부가 처음부터 수치를 공개하고 이런 보험료를 막기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설명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연금을 처음 타는 나이를 올릴지 여부다. 일각에서 재정 안정을 위해 연금 개시연령 상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지만 복지부는 정부안에 이를 담지 않았다. 다만 ‘외국의 연금개혁 사례’에서 영국이 2026~2028년 남녀 수급 개시연령을 66세에서 67세로 올리고 독일도 지급 개시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조정한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와 관련,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평균수명이 늘고 앞으로 노인연령 기준도 바뀔 것”이라며 “지금은 연금 지급연령을 높이는 걸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사노위 연금특위는 내년 4월까지가 활동 시한이다. 하지만 최장 3개월 연장이 가능해 특위의 논의 결과는 7월 말에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특위 활동을 먼저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여당 관계자는 “경사노위 연금특위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회가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드는 건 수순에 맞지 않는다”며 “경사노위 결과를 받아본 뒤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2020년 4월 총선이 예정돼 있어 국회가 논의할 시간은 내년 하반기 수개월 정도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선 연금개혁 자체가 유야무야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한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국민연금 개혁안 국회로… 미래세대에 ‘보험료 폭탄’ 안기나
입력 2018-12-2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