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을 걸어 잠갔던 중국 게임 시장이 다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에 다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지만 국내 업체들은 마냥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다음 달부터 게임 판호(게임을 배포할 수 있는 권리) 발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에서 게임을 출시하려면 판호를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중국 중앙선전부 산하 출판국 펭 시싱 부국장은 지난 21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2018 중국 게임산업 콘퍼런스’에 참석해 “일부 게임 심사를 마치고 판호 발급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올해 3월 이후 판호 발급 업무를 전면 중단했다. 한국 등 해외 기업의 게임은 물론 중국 기업의 게임도 모두 해당됐다. 게임의 폭력성, 사행성 등을 이유로 중국 정부가 게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8개월 만에 판호 발급 재개를 공식화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일부 게임은 내년 초에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판호 발급이 얼마나 신속하게 될지 불투명하다. 중국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승인을 대기 중인 게임만 해도 5000개가 넘는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진출 길이 다시 열린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25일 “중국이 최대 규모 게임 시장인 만큼 중국에서 경쟁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진출을 타진해왔던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 등 국내에서 흥행한 대작 게임들이 다시 중국 시장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한국 등 해외 기업의 판호 발급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아직 명확하게 나온 입장이 없기 때문이다. 차별 없이 판호가 발급되더라도 이전과 경쟁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그동안 문을 잠근 것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면서 “이제 중국 게임의 경쟁력이 높아진 만큼 한국 게임이 진출한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판호 발급이 중단돼 한국 게임은 중국 수출이 멈췄지만, 반대로 중국 게임은 한국에 파고들어 경쟁력이 있다는 걸 증명했다. 최근 구글플레이 상위권에 포진한 게임 절반가량은 중국 게임이다.
중국이 최근 ‘온라인게임 윤리위원회’를 신설한 것도 국내 게임 업체들엔 불안요소다. 이 위원회는 최근 20개 온라인게임을 심의해 이 중 9개에 대해 중국 내 서비스 불허 명령을 내렸다. 판호가 발급돼 게임을 출시하더라도 언제든 퇴출당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미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등 국산 게임도 안심할 수 없는 셈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세계 최대 중국 게임시장 다시 열리는데, 웃을 수 없는 국내 업계
입력 2018-12-2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