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17)] ‘PPP통일기도회’ 만든 장상 회장

입력 2018-12-26 00:03 수정 2018-12-26 00:07
장상 세계교회협의회 아시아지역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통일을 위해 기도의 여정을 떠나자”고 말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12명의 여성들이 2015년 ‘PPP 통일 기도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단체명에는 통일을 꿈꾸며 기도(prayer)하고 동료(partner)들과 순례(pilgrimage)의 여정을 떠나자는 바람을 담았다.

처음 이 모임을 제안한 장상 세계교회협의회 아시아지역 회장은 2013년 회장에 선출된 뒤부터 입버릇처럼 “머지않아 반드시 통일 문제가 구체화된다. 기도로 준비하자”고 말해왔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지난 20일 만난 장 회장은 “주님이 원하시는 통일을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기도가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시청 앞에서 대형기도집회를 갖는 것도 의미 있지만 기도의 용사들이 한 가지 목적을 두고 조용히 기도하는 것만큼 보람이 큰 것도 없다”면서 “매달 두 차례 모여서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난공불락의 여리고성을 돌던 이스라엘 백성들도 기도했고 그 기도가 결국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 원천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가 ‘기도를 통한 통일’을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장 회장은 “통일에 대한 기대가 바닥까지 확산되지 않고 있다”면서 “기도회는 모두에게 통일의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소신은 지난해 ‘통일 미래로’라는 포럼을 조직하는 동인이 됐다. 학계와 종교, 시민사회단체 지도자 50여명이 참여하는 포럼은 통일의 여정을 앞당기기 위한 시민사회의 열망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이다. 포럼 대표인 그는 “‘금 모으기 운동’으로 고통을 분담해 외환위기를 극복했던 국민의 저력을 통일로 이어가자는 열망을 담아 포럼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장 회장은 신약학자이면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사다. 이화여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한 그는 1996년 이화여대 총장이 된 뒤엔 대학을 이끌었다. 이런 이력만 놓고 보면 그의 삶은 통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에겐 통일이란 사명이 주어졌다”면서 “바로 내가 사명의 중심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통일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이며 먼 여정입니다. 이제 겨우 남북 사이에 좁은 틈이 생겨 그리로 평화의 훈풍이 조금 불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에겐 통일이라는 미래를 향한 길을 준비해야 하는 사명이 있습니다.”

장 회장은 “정치인들이 체제 통일에 관심이 있다면 남과 북의 국민들은 사람이 만나 어우러지는 통일을 꿈꿔야한다”면서 “이 일에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자”고 주문했다. 이어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통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와 같은 고민들이 교회에서 활발히 제기돼야 한다”면서 “우리 모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미래를 준비하는 길동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자”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