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선 순위서 밀린 ‘화재 안전’

입력 2018-12-25 19:26 수정 2018-12-26 18:15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고 소화전이 가동돼야 한다. 이 물을 끌어오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소방펌프(사진)다. 모든 건물에는 의무적으로 소방펌프가 설치돼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소방펌프 부식 방지를 위해 청동합금 등 내식성 재료를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화재가 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 소방펌프 특성상 녹이 슬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해놓은 셈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그런 규정이 없다. 국내 건물에는 가격이 저렴한 주철 재질로 된 소방펌프가 설치돼 있다. 이 때문에 누전 등으로 인한 화재 시 소방펌프가 녹이 슬어 작동하지 않을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 14일 소방펌프 내 임펠러 부품을 내식성 재료로 교체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스프링클러 역시 수질악화로 오작동 우려를 예방하기 위해 소화수조의 물 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국민 안전과 직결된 두 규제의 시행 시기는 유독 뒤로 미뤄져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이번에 개선한 과제는 15건인데 두 규제만 내년 하반기에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돼 있다. 나머지 대다수의 규제 개선안은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 등으로 개선 계획이 앞당겨 있다.

화재안전과 관련된 두 과제가 다른 것보다 복잡한 것도 아니다. 주무부처인 소방청이 관련 고시나 가이드라인만 개정하면 된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25일 “전문가 회의 등 절차가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소방청이 상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통과된 규제개선 사안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개선시키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