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키즈’ 성장판 활짝… 베이징이 보인다

입력 2018-12-25 18:46 수정 2018-12-25 18:58
지난 23일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19 피겨 국가대표 1차 선발전 여자 싱글 시상식에서 1위를 차지한 임은수(가운데), 2위 유영(왼쪽), 3위 김예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김연아 키즈’로 불리며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유망주 트로이카로 자리잡은 임은수(15·한강중) 김예림(15·도장중) 유영(14·과천중)이 선의의 경쟁 속에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서로를 라이벌로 삼았지만 목표는 같다. 이들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의 꿈을 향해 나란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앞둔 지난해 12월 열린 2018 피겨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유영과 김예림, 임은수는 차례로 1~3위에 올라 시상대에 함께 섰다. 이들은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은퇴)를 따라 피겨를 시작한 ‘연아 키즈’ 세대다. 향후 한국 피겨의 미래를 밝힐 기대주들의 활약이 도드라져 더욱 눈길을 모았다.

1년 뒤 세 선수는 다시 시상대에서 마주했다. 지난 23일 끝난 2019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나란히 입상한 것. 이번엔 임은수가 우승을, 디펜딩챔피언인 유영과 김예림이 뒤를 이었다. 순위만 바뀌고 시상식을 밝힌 얼굴들은 그대로였다.

이들은 단순히 경쟁만 하는 관계가 아니다. 시상식에서 만나면 포옹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한다. 각자의 연기를 바라보면서 장점을 배우고, 스스로를 더 채찍질해 성장하는 계기로 삼는다.

임은수는 “유영과 김예림 모두 잘하는 선수라 이들의 존재는 제게 긍정적인 자극제가 된다”며 상대를 추어올렸다. 김예림은 “임은수와 유영을 어릴 때부터 봤다. 셋이 모여 경기하면 재미가 있고, 경쟁하며 서로의 장점을 배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셋 중 막내인 유영은 “언니들이 항상 많이 챙겨준다. 스핀 점프 등 보고 배울 점이 정말 많다”며 “혼자 연습하면 방심하기 쉬운데 같이 경쟁한다는 생각에 더욱 훈련에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싱글 선수로 최전성기를 맞는다. 세 선수 모두 시니어에 데뷔하면 국내 1인자를 가리기 위해 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은수는 3인방 중 가장 먼저 시니어에 데뷔했고 곧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달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김연아 이후 9년 만에 나온 시니어 그랑프리 메달이었다. 임은수는 “이번 국가대표 1차 선발전 우승으로 자신감을 갖고 더 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내년 2월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도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예림은 올 시즌까지 주니어로 활동한 뒤 시니어에 도전할 예정이다. 지난 9월 주니어 그랑프리 3, 5차대회 은메달을 목에 건 김예림은 이달 초 2005년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했다. 김예림은 “여태껏 주니어 대회만 나가다 최근 시니어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니어 준비 과정에서 찾아온 부담을 줄이고 잔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실력을 가다듬겠다”고 강조했다.

유영은 만 15세를 넘어야 출전할 수 있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에 따라 가장 늦게 시니어로 데뷔할 전망이다. 2016년 전국종합선수권 최연소 우승(11세 8개월)을 차지한 유영은 지난 1월 같은 대회에서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총점 200점(204.68점)을 돌파했다. 지난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을 하고도 나이가 어려 평창 무대에 서지 못했다. 유영은 “내년에 단점을 보완해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