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000만원 넘어도 최저임금 미달은 격월 상여금 때문, 노사 합의가 난제

입력 2018-12-26 04:02

현대모비스 B연구소는 전체 근로자 3279명 중 2016년 22명, 2017년 101명, 올해 135명에 대한 최저임금법 위반이 확인돼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았다.

대졸 신입사원 초임 연봉이 약 5000만원 수준으로 대기업에서도 최상위에 랭크된 현대모비스가 이처럼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시정지시를 받은 이유는 뭘까.

기본급은 낮고 정기상여금 등의 비중이 높은 임금체계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짝수달마다 100%씩, 설·추석·하계휴가 때는 50%씩 총 기본급의 750%를 매년 정기상여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 산입범위에는 기본급, 직무수당이 포함되지만 상여금, 교통비 등은 제외된다. 따라서 상여금과 성과급을 빼면 현대모비스 사무직·기술직의 월 기본급은 시급 6800~7400원 수준으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

저임금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최저임금 제도가 왜곡된 임금체계 때문에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6월 12일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는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 복리후생비가 단계적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25일 “월급의 100%인 정기상여금은 짝수달에만 나오기 때문에 전체 연봉은 높아도 기본급과 통합수당만 계산했을 때 최저임금법에 위반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고용노동부는 분모에서 시간(약정휴일)을 빼고, 분자에서도 그 수당을 빼라는 건데 그렇게 되면 사실상 달라지는 건 없다”고 토로했다.

현대모비스는 기존 임금구조에 대한 최저임금법 위반 지적에 따라 매 짝수달 월급의 100%씩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달 50% 지급하는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노조와 협의 중이다.

현재 격월 또는 분기에 한 번씩 지급되는 상여금을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되도록 임금체계를 바꾸면 고임금 수준의 대기업 직원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이유는 없다. 정부는 상여금 지급 주기 변경을 위해 사업장의 단체협약을 개정해야 하는 경우 노조의 동의를 받기 위한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임금체계 개편 자율 시정기간을 최장 6개월 운영키로 했다.

문제는 임금체계 개편이 노사 합의사항이어서 정부가 강제할 수 없고 단체협약 개정 역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회사의 노조가 가만히 있어도 월급이 오를 수 있는데 굳이 상여금 지급 주기를 변경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